유대인의 힘은 토론, ‘랜선 독서 토론’ 진흥해야…
유대인의 힘은 토론, ‘랜선 독서 토론’ 진흥해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0.13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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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코로나19로 무색해졌지만, 올해는 ‘청소년 책의 해’. 청소년 책 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여러 독서 관련 단체에서 당초 준비했던 독서 행사들은 대부분 못하게 됐지만, 일부 행사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방식을 바꿔 지혜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2020 청소년 책의 해 네트워크’(실행위원장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가 ‘코로나라면? 랜선 책수다!’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코로나19 시대 청소년의 온라인 독서 토론을 지원하는 캠페인이다.

캠페인 참여자는 온라인 독서 토론을 위한 책을 지원받으며, 토론 후기를 남기면 2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도 받을 수 있다. 캠페인 참여를 원하면 오는 25일까지 모임을 구성해 ‘북틴넷’ 누리집에서 ‘책수다 떨기 좋은 책 100권’ 중 한권을 골라 신청하면 된다. 청소년은 최소 5인 이상, 최대 10인까지 모임을 구성할 수 있으며, 담임선생님이나 사서, 청소년활동단체 지도교사 등 ‘선생님’이 참여하는 독서토론이라면 40인까지 모임 구성이 가능하다. 책을 받은 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모두 모여 토론하고, 토론 진행 화면을 캡쳐해 인증하면 된다.  

이른바 ‘랜선 독서 행사’들 중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적합한 행사가 아닐까. 코로나19 이전에는 전국적인 독서 토론 행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때문이다.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장소부터 빌려야 했으며, 그 장소에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시간을 맞추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랜선 모임이 자연스러워졌고, 이제 독서 토론 행사도 언제 어디서든 열 수 있게 됐다. 

이뿐인가. 코로나19 이전에는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토론을 전부 감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토론 행사라고 해봐야 작가와 전문가들을 앞에 앉혀놓고 그들의 토론을 지켜보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에서 어떤 토론이 벌어지든 감독관이 그 토론에 참여하거나 정말 토론이 이뤄졌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토론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독서 토론 행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독서 토론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이은주는 책 『하브루타 독서토론 교과서』에서 독서 토론의 힘이 ‘질문’에 있다고 말한다. 모든 독서 토론이 질문으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가령 토론의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하나의 큰 질문을 만드는 셈이다.   

참여자들은 토론에 필요한 질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해력이 향상된다. 독서 토론에 사용되는 텍스트는 책을 읽을 때는 그냥 한번 쓱 읽고 지나갔을 문장들이다. 그러나 그 텍스트를 바탕으로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토론 상대방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토론 과정에서의 질문들은 사고력을 향상한다. 대한민국 학생들은 대부분 선생님이 불러주는 것을 받아 적고 외우는 수용적인 사고에 길들여져 있다. 그런 교육 하에서는 자기 생각을 갖기가 어렵다. 그러나 텍스트를 읽고 만든 질문은 ‘자신만의 사고’를 담고 있다. 타인의 질문에도 역시 ‘타인의 사고’가 담겨 있으니 남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토론자는 자신의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는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질문으로 파고든 사람은 이미 문제의 해답을 반쯤 얻은 것과 같다”고 했다. 질문을 마주한 순간부터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질문에 대한 답에 다가가고자 노력한다.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경청’과 ‘의사소통 능력’도 키울 수 있다. 토론을 위해서는 남의 말을 잘 듣고, 그 말을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토론자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바른 가치관과 인성을 기를 수 있음은 덤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유대인을 만든 것은 팔 할이 ‘하브루타’라는 토론 문화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도 ‘랜선 독서 토론 문화’를 진흥한다면, 미래에는 대한민국의 힘이 거기서 나왔다고 말할 날이 오지 않을까. 이것이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진정한 문화 발전 방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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