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가을은 독서… 국립중앙도서관 10월 사서추천도서
이래서 가을은 독서… 국립중앙도서관 10월 사서추천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0.09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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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통계적으로 사람들은 가을에 책을 잘 읽지 않는다. 가을은 날씨가 좋아 오히려 독서율이 떨어지는 계절로 알려져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놀기 바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일까. 의문이 생긴다면,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시 몇 편 읽어보자. 

“고요히 세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세월이 닦이어, 맑게/우주 만물이 마음껏 스스로를 단장하여/마지막 그 찬란한 모습을/드러내고 있습니다/보아도 보아도 다는 못 보는/이 신비스러운 모습/아, 나는 이곳에서/누구의 사랑이 되고 싶습니다.” (조병화 「가을」)

“단풍 물든 오강은 낯설기만 하고/산 반쪽만 쓸쓸히 비가 내리네/가마귀때 보금자리 정하지 못해/낮게 돌며 사당 언덕 서성거리네//아스라히 먼지구름 자욱한 성에/안타까이 붉은 잎 물들은 마을/먼 데 있는 그대가 그리웁구나/네 소리 듣자 하니 애가 녹는다.” (김시습 「한아서부경」)

느꼈는가. 가을은 그 어떤 계절보다 책 속 문장이 가깝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그렇기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몇 권 읽지 않더라도, 가을에 읽는 책은 그 어떤 계절에 읽는 책보다 우리의 영혼과 공명한다.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이라면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10월의 책을 펼쳐보자.

■ 당신의 4분 33초
이서수 지음│은행나무 펴냄│292쪽│13,000원

이 책은 서로 다른 시대, 서로 다른 사회적 환경에서 존재하는 이질적인 두 인물, 존 케이지와 이기동의 이야기를 번갈아 풀어낸다. 소설 속 주인공인 이기동은 특별할 것 없는 인물로, 공부는 못하지만 아들이 의사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어머니와 함께 산다. 삼수 끝에 간신히 4년제 대학에 들어간 이기동은 졸업 후 잘 되는 일 하나 없는 백수 생활을 전전하다가 삼십대 중반이 돼서야 어머니의 김밥집에서 일하게 된다. 
‘4분 33초’는 존 케이지가 작곡한 무음의 연주곡이다. 4분 33초 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지만 이 연주곡은 가치 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서 무음의 연주곡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누군가는 그 연주를 듣고 있다고 말한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시대의 모든 이기동에게 위로를 건네는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소설이다.

책 속 한 문장

“다들 변했어. 나만 빼고. 그러나 자신 없는 말이었다. 진실인지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만 빼고 모두가 자기 몫 잘 챙기고 앞가림 잘하고, 인생의 재미를 잘도 찾아다니는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245쪽)

■ 디어 에드워드
앤 나폴리타노 지음│공경희 옮김│쌤앤파커스 펴냄│464쪽│15,000원

열두 살 소년 에디의 인생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한순간에 바뀌어버린다. 평범한 아이에서 192명의 탑승자 중 살아남은 단 한 명의 생존자로. 이후 유일한 친척인 이모 내외의 집에서 복잡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던 에디. 열다섯 살이 되는 해 그는 우연히 이모부의 차고에서 자물쇠가 잠긴 더플백 두 개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고 비행기에 동승했던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그에게 보낸 수백 통의 편지를 찾는다. 세상을 떠난 가족에 대한 사랑, 후회, 그리움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편지들을 하나씩 읽으며 에디는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깨닫게 된다. 소설은 이러한 에디의 성장과 치유의 과정을 통해 비극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전한다. ‘디어 에드워드’로 시작하는 편지를 함께 읽으며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책 속 한 문장

“평생 경험한 적 없는 기분이다. 편지에 쏟는 집중력이 그를 변화시키는 것 같다.”(349쪽)

■ 한국/정원/기행
김종길 지음│미래의창 펴냄│328쪽│17,000원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많은 책을 집필한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당대의 정원사였으며 유배지였던 다산초당을 직접 가꿨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명승과 건축물을 글과 사진에 담아온 저자 김종길은 조선시대 3대 민간 정원부터 별서 정원, 주택·별당 정원 등 한국의 옛 정원 30여 곳을 소개하며 옛 정원 보는 법을 설명한다. 또한 반란군을 진압하고 만든 함안 무기연당, 세도가들의 은밀한 정치 공간이었던 석파정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옛 정원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한다. 

책 속 한 문장

“하엽정은 아무래도 붉은 백일홍이 피고 하얀 연꽃이 피어날 때 제격이다. 그 이름조차 하엽정이 아닌가. 백일홍은 선계에 피는 꽃이고 연꽃 또한 옛 선비들의 풍류를 말한 것이니 어찌 이곳이 묘한 선계가 아닐 수 있을까.”(257쪽)

■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박정호 지음│길벗 펴냄│472쪽│18,500원

저자는 사회, 역사, 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찾을 수 있는 경제적 개념들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 가령 마차를 자동차로 대체한 것은 과거 말똥이 유발한 ‘외부불경제’(생산자나 소비자의 경제활동이 시장거래에 의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제3자의 경제활동이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를 과학기술의 발달로 해결한 사례다. 프리메이슨에 매료된 모차르트가 곤색한 말년을 보냈던 이유는 ‘유효수요’(재화와 용역을 구입하기 위한 금전적 지출을 수반한 수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콜라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 영화관의 팝콘 등에서도 이러한 경제적 개념들을 찾을 수 있다. 책을 따라 다양한 현상 속 경제적 개념들을 짚어 나가다 보면 양질의 경제 교양 강의를 듣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책 속 한 문장

“인류의 문화는 특정 국가나 민족들이 자신들이 직면한 제약조건 하에서 어떻게 하면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183쪽)

■ 학습혁명
오강선 지음│클라우드나인 펴냄│248쪽│14,000원

디지털 혁명으로 지식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지식 창출보다 지식을 조합하고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됐다. 저자는 이제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는 방식으로 교육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미래의 교육방식으로 평생학습을 제안하며 학교가 지역-교수-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결의 중심이 돼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 속 한 문장

“디지털 혁명이 시작하면서 지식 기반 사회가 됐고 패러다임이 소유 중심에서 공유 중심으로 이동하고 이익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39쪽)

■ 운명의 과학
한나 클리츨로우 지음│김성훈 옮김│로크미디어 펴냄│344쪽│18,800원

인간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일까? 아니면 자유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이 책은 최신 뇌 과학, 신경과학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내리는 결정 중 상당수는 무의식 수준에서 자동으로 일어나며,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부분이 대부분의 사람이 상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고 말한다. 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면 자신의 운명을 알고 그 운명과 함께 걸어갈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확인해보자. 

책 속 한 문장

“우리에 관한 모든 것은 뇌의 물리적 구성과 과거 경험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고유의 환각을 바탕으로 나온다.”(167쪽)

■ 그림 속 천문학
김선지 지음│글담출판사 펴냄│368쪽│17,000원

예술과 천문학, 둘은 연관성이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예술작품을 천문학적 관점에서 소개한다. 그림 위에 내려앉은 별과 행성,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태양계와 별, 우주, 밤하늘을 그린 화가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낸다. 다양한 도판과 함께 책을 읽다 보면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이 일어나며, 천제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들여다보는 느낌도 든다.  

책 속 한 문장

“화가의 그림이 미술관을 벗어나 우리의 실제 삶 속에서 함께하며 사람들의 감성을 깨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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