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군대 꼭 가야 하나요?
방탄소년단, 군대 꼭 가야 하나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0.08 12: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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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병역 특례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해 연일 떠들썩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새롭게 제기된 것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이 대중음악 역사를 새로 쓸 때마다 제기됐다. 이번 발언은 지난달 29일 방탄소년단의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빌보드 글로벌 200’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고, 지난 5일 ‘DNA’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11억 뷰를 돌파했다는 세계적으로도 전무한 기록과 연장선상에 있다.    

노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BTS는 빌보드 1위로 1조7,000억원의 경제 파급효과를 냈고, 한류 전파와 국위 선양 가치는 추정조차 할 수 없다”며 “이제 우리는 BTS의 병역특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어진 사명이지만, 모두가 반드시 총을 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전문연구요원, 예술체육요원 대체복무제가 있지만, BTS 같은 대중문화예술은 안 된다”며 “그러나 한류야말로 미래 국가전략산업이고, 예술체육 분야가 문화 창달과 국위 선양 측면에서 혜택받으면 BTS야말로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최고위원은 “객관성, 공정성이 우려되면 여러 전문가로 이뤄진 문화예술공적심의위를 꾸려서 판단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노 최고위원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그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제 곧 군대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체육인은 올림픽에서 3위 이상 입상하거나 아시안게임에서 1위를 차지하면 병역 특례 기준에 해당한다. 순수예술인은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 국내예술경연대회에서 1위에 오르면 그렇다. 이들은 4주 기초 군사 훈련 후 34개월간 관련 분야에서 근무하고 544시간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문화예술인에게는 이러한 병역특례가 허용되지 않는다.

멤버들이 군대를 미루는 것 또한 불가하다. 현행 병역법 60조에 따르면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 ▲연수기관에서 정해진 과정을 이수 중에 있는 사람 ▲국위선양을 위한 체육 분야 우수자에 한해 최장 만 28세까지 입영 연기를 허가하고 있다. 따라서 멤버 가운데 최연장자인 ‘진’은 현행 병역법상 내년 말까지 무조건 입대해야 한다. 이후 1993년생인 ‘슈가’와 1994년생인 ‘RM’과 ‘제이홉’, 1997년생 막내 ‘정국’이 제대하기까지 팬들은 BTS 완전체를 볼 수 없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흔쾌히 입대하겠다고 했지만, 일부 국민들은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이룬 업적이 병역 특례 기준에 해당하는 업적과 비교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노 최고위원의 말대로 멤버들이 앞으로 일으킬 ‘경제 파급 효과’의 감소도 아쉬운 이유다. 제대 후 인기가 예전만 못한 가수들의 사례가 그렇지 않은 사례보다 훨씬 많은 점도 우려스럽다. 똑같은 예술을 하는데도 순수예술인은 되고 대중예술인은 안 된다는 차별 논란도 인다.    

물론, 병역 의무에 차등을 두는 것이 군대에 가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대다수 평범한 청년들에게 자괴감을 줄 수 있고, 국민 통합과 국방력 강화를 저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런 논리라면 지금의 병역 특례 제도를 좀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제도로 변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편, 1992년생으로 ‘진’과 동갑인 손흥민이 요즘 펄펄 날고 있다. 올 시즌 리그 네 경기 만에 여섯 골을 폭발시키며 ‘빅리그 100골’의 금자탑을 쌓았다. 대선배 차범근의 기록을 넘어선 기록. 그야말로 전성기를 구가한다는 평이다. 현지 중계진은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 “South Korea”를 외쳐댄다. 

이 시점에서 2년 전 일을 생각하면 다시금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은 일본과 연장까지 가며 고전했다. 연장 전반에 이승우와 황희찬이 골을 넣지 못했다면, 일본이 한 골을 더 넣었더라면… 지금의 손흥민은 없다. 그때 대한민국이 패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손흥민은 지금쯤 이렇게 외칠 것이다. “충성! 병장 손흥민 전역을 신고합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에게는 이렇게 가슴을 쓸어내릴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방탄소년단이 지금만큼 유명해지기 전에 작가 차민주는 책 『BTS를 철학하다』에서 멤버들을 유명한 철학자들과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간은 길 수도, 짧을 수도 있습니다. 늘 그렇듯 (위대한 철학자들은) 당대의 범인들에겐 평가가 야박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인류 역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인물들의 전성기를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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