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주식 몰빵’...“읽어는 보고 사자”
2030 ‘주식 몰빵’...“읽어는 보고 사자”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0.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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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주식 투자가 도박과 다름없는 투기 행위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잠재력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기업에 투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그 결과에 따른 이윤을 배당받는 나름 합리적인 경제 활동이지만, 기업 가치 발굴보다는 시세 차익에 따른 요행적 이윤 추구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았고, 또 그 과정에서 회생 불가한 손실을 입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그간 ‘주식 투자=위험한 사행성 불로소득’으로 여겨진 게 사실이다. 다만 점차 주식 투자가 주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하고, 최근에는 그간 상대적으로 주식에 관심이 적었던 2030세대의 유입이 크게 늘면서 ‘동학개미운동’이 크게 번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시중 여섯 개 증권사에 따르면 올해 새로 개설된 주식 계좌 420만개 중 2030세대 비중이 57%에 달한다. 전체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30%가량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투자금액은 평균 1,600만원으로 우량주보다는 등락 폭이 큰 바이오주나 중소형 테마주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전율은 40~60대가 평균 1,373%를 기록한 반면 20대는 2,365%, 30대는 무려 2만5,135%를 기록했는데, 이는 1,600만원 상당의 주식을 251번 사고팔았다는 말이다. 기업의 성장 가치를 토대로 멀리 보기보다는 단기 시세 차익에 몰두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인데, 그 결과 수익률은 20대가 18%, 30대가 22%로 전체 평균 수익률 14%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는 더 이상 저축만으론 삶의 여유를 누리기 어렵다는 젊은 층의 인식이 자리한다. 과거 부모님 세대에는 연 14~16%의 고금리로 저축이 미덕인 사회였지만, 이제는 연 1~2%에 불과해 저축으로 재산 모으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PIR은 12.13으로 서울 소재 가구가 연간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평균 12.13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 이런 추세는 십여 년 전부터 유행한 ‘욜로’(You only live once: 한번 사는 인생 미래보다는 현재를 즐기자) 개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카드회사 CF 문구가 크게 주목받고,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노오력’보다는 ‘재미’가, ‘소유’보다는 ‘대여’의 가치가 주목받았지만, 주거 안정과 충분한 재정 없이는 인생을 즐기기 어렵다는 현실 자각이 욜로 세태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조사(25~39세 남녀 7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 61%가 부동산 구매를 최우선 재무목표로 꼽았고, 71%는 ‘내 집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집은 사는(Buy) 곳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란 개념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전 2030세대를 중심으로 주식 투자를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이 증가한 모습이다.

사실 주식 투자 증가는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구조를 탈피하고 기업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인이 적지 않다. 다만 부작용도 적지 않은데, 이른바 ‘빚투’(빚내서 하는 투자)도 그중 하나다. 실제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신규 개설된 계좌의 신용 거래(현재 지닌 자본을 담보 삼아 증권사에서 돈을 융통해 투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47%로 파악됐다. 마이너스 대출 또한 크게 증가했는데,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시중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의 대출액은 2017년 15조8,659억원에서 지난해 16조5,105억원으로 증가했다. 2017년 이후 개설된 마이너스 통장 계좌 수도 123만2,123건으로 이는 전체의 36.5%를 차지한다.

저금리 시대에 주식 투자가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존 리 메르츠자산운용 대표 역시 책 『엄마, 주식 사주세요』에서 “사람들은 대개 주식은 위험하고 은행예금이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퇴 준비를 위해서는 은행에 있는 자금이 가장 위험하고 주식이 장기적으로 가장 안전한 자산이다. 예전처럼 은행 금리가 10%를 넘나들 때는 다달이 적금을 붓는 것으로도 목돈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금리가 아주 낮다. 물가상승률을 따지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다. 적금 대신 매달 꼬박꼬박 주식을 사 모으는 것이 현재로선 큰돈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이어 주식 투자자의 95%가 손해를 본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투자가 아니라 투기를 했기 때문”이라며 “미국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통해서 노후 준비를 하는 데 비해 많은 한국 투자자들은 남들보다 정보를 먼저 알아서 잽싸게 사고팔아 단기간에 목돈을 만드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런 태도를 바꿔) 좋은 기업을 골라 동업자의 마음으로 꾸준히 투자해야만 성장의 열매를 나눠 가질 수 있다”고 충고한다.

반면 누군가는 ‘단타’(단기 투자)를 강조한다. 주식 투자로 3년 만에 30억원을 벌고 퇴사했다는 『나의 월급 독립 프로젝트』의 저자 유목민은 “‘모두가 아는 호재는 악재고, 모두가 아는 악재는 호재’(란 사실을 아는 것이 핵심이다)”라며 “장기 투자하지 마라. 5거래일 안에 승부 나는 종목을 찾아라”라고 상반된 조언을 전한다.

주식 활용법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설왕설래하지만 그럼에도 주식 투자에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유망 종목을 족집게처럼 집어준다는 일명 ‘리딩방’(수십~수백만원 상당의 회비를 내고 가입) 등의 왕도를 좇다 피해(불만족으로 해지를 요구해도 환불을 거부하거나 과도한 수수료 요구)를 보기보다는 최소한의 지식, 적어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돈의 속성』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를 읽으며 정도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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