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독서의 임계점은 어디일까?
[조환묵의 3분 지식] 독서의 임계점은 어디일까?
  • 조환묵 작가
  • 승인 2020.10.0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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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점과 티핑 포인트

[독서신문] 1987년 물리학자들이 모래알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을 벌였다. 탁자 위에 모래알을 뿌렸다. 모래산이 점점 쌓이다가 경사가 가팔라지면 모래알은 경사면을 타고 조금씩 흘러내렸다. 어느 순간 모래알 하나에도 모래산은 와르르 무너져 더 낮은 상태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끝없이 반복되었다. 이 때 모래산을 무너뜨린 마지막 모래알을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고 한다.   

추운 겨울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면 나뭇가지 위에 눈이 수북이 쌓인다. 눈의 높이가 커질수록 나뭇가지는 조금씩 휘어지기 시작한다. 밤새 내린 눈에 힘겨워하는 나뭇가지는 어느 순간 눈송이 하나의 무게를 못 이기고 툭 부러지고 만다. 솜털보다 가벼운 마지막 눈송이가 임계점이 되는 순간이다.

1970년대 미국 동북부 도시에 살던 백인이 교외로 탈주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당시 사회학자들은 어떤 지역에 흑인 비율이 20%에 이르면 백인들이 한 순간에 그 지역을 떠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백인 마을이 어느 순간 흑인 마을이 돼 버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흑인의 숫자가 아주 조금씩 늘어나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급격히 증가한다. 이처럼 한동안 유지되던 평행 상태가 깨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순간, 바로 그 지점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부른다. 

이 말은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그의 저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출간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이 책에서 티핑 포인트란 어떤 말이나 행동, 아이디어나 제품이 폭발적으로 유행하는 마법의 순간을 가리킨다. 

물리학에서는 임계점(critical point), 사회학에서는 티핑 포인트라고 불리는 이 현상의 공통점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순간에 큰 변화를 맞이한다는 점이다. 이 현상은 지진, 산불, 태풍, 대량 멸종, 교육, 비즈니스, 문화, 전쟁, 범죄, 전염병 등 자연과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개인도 이러한 현상을 경험하곤 한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끈기 있게 노력하여 임계점을 돌파하면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다.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면 어느 날 갑자기 그 나라말로 꿈을 꾸면서 말문이 확 트이게 된다. 임계점을 돌파하는 티핑 포인트의 순간이다. 

그렇다면 과연 독서의 임계점은 어디일까? 도대체 몇 권의 책을 읽어야 할까?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란 ‘남자는 적어도 다섯 수레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두보의 시에 나오는데, 원래는 장자가 자기 친구 혜시가 책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다섯 수레에 책을 가득 실으면 몇 권쯤 될까? 지금의 종이 책으로 환산하면 아마 1,000권이 채 되지 않을 것 같다. 중국 고대에는 대나무 조각에 글씨를 써서 김발처럼 둘둘 말았기 때문에 책의 부피가 상당했다. 책 내용도 역사의 중요한 기록이나 철학적 생각을 담아 무거웠다. 그런 책들을 수백, 수천 번을 읽고 또 읽어 가죽 끈이 떨어질 정도였으니 엄청난 독서량임을 짐작할 수 있다.  

원로작가 신봉승은 “인문학은 문사철(文史哲) 600권을 읽었을 때 가능하다”며 “문학책 300권, 역사책 200권, 철학책 100권을 읽어야 참된 지식인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학은 ‘언어의 보고’로서, 역사는 ‘체험의 보고’로서, 철학은 ‘초월의 보고’로서 가치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어느 대단한 독서가는 1만권 독서법을 권하고, 어떤 여성 독서가는 1천권 독서법을 추천한다. 일본의 유명 독서가는 수만 권의 책을 소장하고 1년에 1천 권의 책을 읽으며 10일만에 책 한 권을 쓴다고 자랑한다. 

독서 초보자들은 이런 독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한숨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어떤 일을 계기로 역사책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몇 개월의 짧은 기간에 자기계발, 비즈니스, 시사교양 등 여러 분야의 책 100여 권을 독파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뭔가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끝까지 책을 읽어내는 힘이 생기면서 어두웠던 기분이 밝아지고 긍정의 에너지가 솟아났다. 문학, 철학, 심리, 사회, 경제, 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책 300여 권을 읽었을 때쯤에는 머리가 맑아지면서 생각하는 힘이 강해졌다.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500여 권의 독서를 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책읽기와 책쓰기를 동시에 하면서 6개월 만에 퇴고를 하여 첫 책이 세상에 나왔다. 2년 동안 700여 권의 책을 읽고 책 출간까지 해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필자에게 독서의 임계점은 500여 권을 넘어설 때였다. 의식의 폭발이 생기고 머릿속에서 막 샘솟는 문장들이 저절로 글을 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어느 날 독서량이 1,200여 권에 달했다. 그 사이 책 1권을 더 출간했고 지금까지의 독서량은 대략 1,500권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아직 문사철 600을 달성하지 못했다. 더 읽고 싶고, 더 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다. 

독서의 임계점은 각자 다르다. 누구에게는 500권이 될 수 있고, 다른 누구에게는 1,000권이 될 수도 있다. 다만 1주일에 1권의 책을 읽는 것처럼 느슨하게 독서를 해서는 임계점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해두자. 평소 관심 있는 책을 1주일에 2권 이상 꾸준히 읽으면 어느 순간 의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 첫 번째 관문이 100권이다. 두 번째 관문인 300권을 돌파하면 독서력이 단단해져 어느새 1,000권에 이르게 된다. 독서에는 지름길이 없다. 그저 오늘도 내일도 한 권 두 권 읽는 수밖에 없다.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대표컨설턴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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