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우리가 사랑했던 문장들
지난가을 우리가 사랑했던 문장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0.05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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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돈의 속성』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아몬드』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달러구트 꿈 백화점』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더 해빙』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했다』 『김미경의 리부트』 『흔한남매의 흔한 호기심1』

영풍문고에서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가장 많이 팔린 책 열권이다. 투자 방법을 설명한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의 『돈의 속성』과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돈이 들어오는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는 이서윤·홍주연 작가의 『더 해빙』,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법을 설명한 스타 강사 김미경의 『김미경의 리부트』가 눈에 띈다.  

그런데 이런 베스트셀러 목록은 우리가 지나온 예년의 가을 베스트셀러 목록과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있다. 가을 서점의 키워드는 보통 ‘위로’였다. 서늘한 바람 때문인지, 떨어지는 낙엽 때문인지 사람들은 책에서 가을의 쓸쓸함과, 그 쓸쓸함을 따듯하게 안아주는 이야기들을 찾아왔다. ‘부자’ ‘돈’ ‘투자’ ‘생존법’… 지난 5년간 가을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이런 키워드는 없었다. 

“환자에서 환(患)이 아플 ‘환’이잖아요. 자꾸 환자라고 하면 더 아파요.” (이기주 『언어의 온도』 中) 병원에서는 사람의 말 한 마디가 의술이 될 수 있다는 한 의사의 말. 가을이 시작되는 달 단골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는 이렇게 온도가 있는 말들을 모아 슬슬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마음을 덥혔다. 이유 없이 슬퍼지는 가을, 그 단출한 말들은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랬다.  

바람에 낙엽이 떨어지면 내게 남은 무언가도 떨어져 나간다고 생각해서인가. 가을이 되면 유독 외로운 감정이 든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베의 외로움은 독자의 이런 감정과 맥을 같이했다. 반년 전 사랑하는 아내가 죽고, 일생을 바친 직장에서도 쫓겨난 그는 어느 날 죽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자살을 위해 천장에 고리를 박으려던 순간 건너편 집에 이사 온 ‘지상 최대의 얼간이들’이 성가신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은 다방면으로 오베를 귀찮게 하며 그가 자살을 기도할 때마다 포기하게 만든다. 지독하게 쓸쓸했던 오베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들로 인해 따듯해진다.

“어려서는 별 대가 없이도 넘치도록 주어지던 설렘과 기대 같은 것들이 어른이 되면 좀처럼 가져보기 힘든 이유는 모든 게 결정돼버린 삶을 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 벌 수 있는 돈,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 등이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으면 대개 정해져 버린다. (중략) 허나 아무리 어른의 삶이 그런 것이라고는 해도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채로 몇십 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 고 생각하기에 나는 노력하기로 했다.” (이석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中)

지난가을 이석원은 이렇게 독자와 같은 처지에 있었다. 동병상련은 위로로 이어지기 마련. 독자는 작가의 그런 마음에 공감하고 새로 시작해볼 마음을 얻었다.  

“인간은 변할 수 있다, 세계는 단순하다,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기시미 이치로 『미움받을 용기』 中)
아들러 심리학을 설명한 『미움받을 용기』가 큰 인기를 얻은 가을도 있었다. 가을에는 떨어지는 낙엽을 돌아보듯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고 후회하기 마련. 그러나 고민 많은 한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로 구성된 이 책은 말했다. 인생이란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이어지는 선이 아니라 점과 같은 찰나가 쭉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나간 과거는 현재와 무관하고 지금 이 순간 춤추듯 즐겁게 몰두해야 한다고. 어쩌면 올 가을도 당신은 이러한 위로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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