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애서가’ 우혜림 “열심히 헤엄치는 중입니다”
[책 읽는 대한민국] ‘애서가’ 우혜림 “열심히 헤엄치는 중입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0.02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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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원더걸스 출신 방송인 우혜림이 <독서신문> 독자들을 찾아왔다. 얼마 전 펴낸 책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 : 우혜림 사랑 에세이』를 들고. 방송에서는 하지 않았던 속 깊은 말들을 꺼내놓았다. 깊어지는 가을과 어울리는 말들. 

우혜림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를 온전히 지키면서 타인을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이 어울리는 사람. 수식어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 마음을 부드럽게 울리는 책을 만날 때마다 그 책을 꼬옥 껴안는 사람.” 

지난 2010년 걸그룹 원더걸스에 합류한 11년 차 가수, 방송인, 4개 국어 능통자, 통번역가, 한국외대에 다니는 대학생, 얼마 전 결혼한 신부… 그를 수식하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우혜림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우혜림은 무엇보다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는 ‘성숙한 사랑’을 이야기했다. 사랑을 “오직 서로의 앞에서 평등하고 홀로 선 존재가 돼 고유하고 건강하게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것, 지배하거나 종속시키려 하지 않는 것, 상대방에게 깨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사랑은 결국 완벽하게 실체를 파악할 수는 없는 ‘그림자놀이’이며, 우리는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놀이를 좀 더 능숙하게 하는 법을 배워간다고 했다. 

인간관계에 있어 중요한 지혜는 ‘철저히 외로운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외로움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곧 무언가에 중독되고 싶은 마음과 같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방식으로는 ‘소탈함’을 지향했다. ‘Less is more’(적을수록 더 좋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움켜잡은 무언가를 내려놓는 그 순간, 전에 없던 자유로운 여정이 시작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모든 선택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당시에 내 마음을 감동시킨 선택이라면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요. 불완전하지만 조금 더 행복할 선택을 하는 것. 그렇게 나는 열심히 헤엄치는 중입니다.” (「인생의 해답」 中) 인생의 행복과 의미를 찾기 위해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라는 우혜림과 마주했다. 갈수록 책에 대한 욕심이 커진다는 그는 책을 이야기할 때 행복해했다.

Q. <독서신문>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셀럽으로 선정됐다.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A. 안녕하세요. 우혜림입니다. 원더걸스 전 멤버였고, 연기도 했으며 방송일도 하고 있어요. 최근에 결혼을 한 새댁이고 첫 책을 출간한 새싹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서 매번 자기소개를 할 때 스스로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솔직히 조금 망설여지기도 해요. 그래서 그냥 명칭은 열어두고 ‘우혜림’이라고 소개하겠습니다. (웃음)

Q. 올해 결혼식을 올렸고, 또 대학생으로서는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연예계 활동도 하고 있는데,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듯하다. 요즘 우혜림의 하루는 어떤지?

A. 최근에 학교 개강을 했어요. 이번 학기에는 20학점을 꽉 채워서 듣고 있어서 아무래도 학교생활이 가장 바쁘고요. 책을 출간한 지 얼마 안 돼서 마음을 다해 홍보 작업에도 충실히 임하고 있습니다. 

Q. 제삼자가 볼 때는 너무 바빠 보이는데, 스트레스를 푸는 취미생활 같은 것이 있나?

A. 사실 저는 어떻게 보면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일이 많을 때는 많지만, 없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웃음) 많은 분들이 제가 바쁘게 활동하는 모습을 기억하시지만요. 저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주로 책을 읽고요. 낮잠을 자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해요.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맛있는 음식도 먹고요.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진정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죠.

Q. 대학 입학 시, 교내에 축하 플래카드가 걸렸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 연영과에 진학하는 보통 연예인들과는 달리 통번역과에 입학해 화제가 됐는데… 어느새 혜림도 마지막 학기. 학점이 4점대일 정도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것으로 유명하다. 학교는 충분히 즐거웠는지?

A. 플래카드요? 몰랐어요! 저는 활동하면서도 연예 활동보다는 언어 공부에 열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언어를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거든요. 대학 생활의 모든 게 새롭고 흥미로웠어요. 캠퍼스에 처음 발을 들이고, 수업을 듣고 대외활동을 하고, 첫 번역서도 첫 책도 출간하고. 그리고 결혼까지. 지난 4년간 제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요. 모두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예요.

Q. 대학생에게 4학년 2학기는 보통 하나의 길을 선택하는 시기다. 4개국어 능력자에 번역가(『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은 선하다고 믿는다』 번역), 작사·작곡하는 가수, 탤런트… 혜림의 길은 이미 여러 갈래지만, 그래도 걷고 싶은 하나의 길이 있다면?  

A. 저는 이 질문을 두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요. 다들 졸업을 앞둔 시점이 되면 ‘정답’을 찾아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잖아요.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마지막 학기가 되면 혼란스러운 마음보단 한 갈래로 좀 더 명확해지겠지. 답이 정해지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지금 그 순간이 되니까, 여전히 무언가를 향해 헤엄치고 있더라고요. 마음을 사로잡을 무언가를 찾아서요.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게 있어요.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좋은 사람이자 좋은 아내가 되고 싶다는 거요. 사회적으로 내가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선택을 하든 예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Q. 바쁜 와중에 첫 책을 냈다.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 사랑에 관한 단상들』. 첫 책인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어릴 적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조금은 막연한 꿈이었지만 언젠가는 꼭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모든 것에는 타이밍이 있다는 말처럼 저에게 책을 낼 타이밍이 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년에 우연한 기회에 한겨레출판사 에디터님과 연이 닿았고 1년 조금 넘게 준비해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됐어요. 학교와 방송 일을 병행하면서 글 작업을 틈틈이 해왔고 그 과정이 마냥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Q. 프롤로그에 적었듯 “내가 만난 선한 사랑” 즉, 남편에게 하는 이야기다. 남편은 이 로맨틱한 책을 읽고 어떻게 반응했는지, 또 우혜림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책에 담은 글처럼 말해준다면?

A. 남편에게서 많은 부분 영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은 더 나아가서 사랑하는 사람들, 즉 가족과 친구들(그리고 나 자신까지)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과 사랑에 대한 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 자신의 이야기뿐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도록 ‘사랑에 대한 사색과 단상’을 담았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웃음)

이 책이 나왔을 때 가족을 포함해 주변 분들이 많은 응원과 좋은 말씀들을 보내주셨는데요. 질문하신 것처럼 남편에 대해 조금 말씀을 드리자면, 남편은 늘 말보다도 행동으로 자기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그래서인지 ‘책이 어떻다’라는 피드백보다 제 생일날 책 100권을 선물해주었죠. 원고를 쓰는 모든 과정을 지켜봐 왔고, 책이 출간됐을 때 그 누구보다도 기뻐해 주고 자랑스러워했어요. 

Q. 제목이 매력적이다. ‘헤엄치는 중’, 그런데 어디로 헤엄치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책에는 그저 ‘새로운 목적지’라고만 돼 있는데… 사랑하는 이와 함께 어디로 헤엄치는 중인가? 

A. 저는 이 책에서 결혼을 ‘한 배에 함께 올라타는 것’이라고 비유했어요. 저희는 이제 노를 젓기 시작했어요. 어디로 가게 될지 뚜렷하지는 않지만 ‘함께’하기 때문에 이 여정이 설레고 기다려져요. 앞으로 마주할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며 살고 싶어요.
 
Q. 책에서 사랑을 이렇게 정의했다. “고유하고 건강하게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것, 지배하거나 종속시키려 하지 않는 것, 상대방에게 깨어있는 것.” 고백을 고민하는 친구에게는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표현했는데 그가 거절하는 것은 사랑의 실패가 아니라 사랑을 표현한 것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다. 쉽게 하기 어려운 성숙한 생각들이다. 직접 느낀 경험담인가?

A.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책에 담은 내용은 제가 경험한 사랑의 감정이에요. 저는 표현을 망설이는 친구들을 보면 늘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는 편이에요. 사랑이라는 아름답고 고귀한 감정을 혼자서 간직하고 있기에는 그 마음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결과를 떠나 마음을 표현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요. 

저는 좋아하는 마음을 서슴없이 표현하는 편이에요. 그 표현이 말로 하는 진지한 고백일 수도 있지만 일상 속의 작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소소한 고백일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예쁜 꽃집이 보여서 꽃 한 송이를 사 들고 깜짝 선물을 하는 것처럼요. 그런 작은 이벤트로 상대방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고 그래요. 그렇게 앞으로도 좋은 감정들을 표현하고 나누는 삶을 살고 싶어요.  

Q. 7년의 장기연애를 지켜냈고, 사랑에 대한 책도 써낸 만큼 사랑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군가 ‘사랑,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묻는다면…

A. 어려운 질문이네요! 글쎄요, 저에게 사랑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너그러운 태도가 서로를 위하는 방법인 것 같고 더 나아가서 서로의 공간을 존중해준다면 더없이 안정적이고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팟캐스트 ‘혜림의 북스피릿’의 진행자였으며, 얼마 전에는 남편에게 선물 받은 책 100권을 SNS에 인증하기도 했는데… 혜림의 삶에서 독서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A. 네. 신기하게도 갈수록 책에 대한 욕심이 커지는 것 같아요. 글쎄요, 책이 주는 안락함에 정말 ‘흠뻑 빠진’ 것 같아요. 이번에 책을 출간하는 과정을 보면서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경험했거든요. 그러고 나니까 책을 더욱 아끼게 됐어요. 작가님들을 더욱더 리스펙트(respect)하게 됐죠. 

Q. 최근 재미있게, 혹은 의미 있게 읽은 책이 있다면?

A. 우지현 작가님의 『나의 사적인 그림』을 재밌게 읽었어요. 요즘 같은 시기에 여행은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너무 감사하게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으로 여행했어요. 작가님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읽으며 ‘이름의 성부터 참 많은 부분이 나와 닮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더 친근하고 좋았어요. 따뜻한 카페라테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친한 언니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할까요? 책이 가장 큰 사치라는 것, 카페가 제2의 작업실이라는 것, 사각사각 연필 소리를 좋아한다는 것 등 많이 공감한 부분들이 있었고요. 무엇보다 ‘나는 어떠한가’라는 반복적인 멘트에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위로도 많이 받았고요. 소제목에 어울리는 그림들이 들어가 있는데, 갤러리를 손에 쥐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따뜻한 글에 멋진 그림까지 감상할 수 있어서 읽는 시간이 행복했죠.
특히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마음 따스해지는 공간, 이 모든 것은 그녀가 일군 세계다. 그녀의 세계. 나는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좋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는 사람이다.” 

Q.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우혜림의 인생 책을 소개 부탁한다.

A. 릭 워렌 목사님의 『목적이 이끄는 삶』이요. 40일 동안 매일 한 장씩 읽는 형식으로 돼 있는데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문장들이에요. 인생에 대해,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언제 읽어도 다시금 삶을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도록 이끌어주는 책이죠. 너무 좋아서 이 책을 주변에 선물하기도 했고, 친구들과 독서 모임도 했어요. 영어와 한글을 번갈아 가며 읽을 정도로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책이에요. 종교 서적이지만 대중적으로도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제목처럼 인생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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