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흑서 vs 백서… 무엇이 더 공정한가?
조국 흑서 vs 백서… 무엇이 더 공정한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9.29 08: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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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 그리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논란까지(윤미향 의원은 횡령 및 준사기 등 여덟 개 혐의로 기소됐으며 조국 전 장관은 딸의 입시 특혜 의혹 등을 받았다. 추미애 장관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을 받았으나 지난 28일 검찰이 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여당인 민주당과 정부를 향한 공정성 논란이 ‘~사태’로 불리며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논란을 반영하듯 서점에서는 소위 ‘조국 흑서’(이하 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와 ‘조국 백서’(이하 백서)로 불리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이 인기다. 흑서는 현재 집권 세력이 공정하지 못함을 지적하고 새로운 진보 세력의 등장을 주문하는 한편, 백서는 지금의 공정 논란이 검찰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검찰이 만든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흑서, “정부와 여당은 불공정한 기득권층… 새로운 진보 출현해야”   

흑서의 저자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외 4명)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된 권력층이 애초에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과거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했던 386세대(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에 다니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세대를 일컫는 말)가 정부와 여당의 핵심 그룹으로 성장하면서 공정의 가치를 잃었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렇게 주장한다. “비록 허위의식이었다 해도 과거 386은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한다는 자의식이 있었어요. 지금 586정치엘리트들(기득권을 차지한 50대 386세대)은 강남에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목동에 아파트를 갖거나. 이들의 물질적 기반은 과거 보수와 다르지 않고 그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 그들과 같은 방법을 쓴 거예요. 그래서 조국의 반칙이 그들에게는 반칙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죠. 그렇게들 살아왔으니까요.”  

저자들은 이른바 ‘조국 사태’가 우리 사회 기득권의 불공정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는 데 동의한다. 서민 단국대 교수는 “조국이 자녀 입시에서 그렇게 무리를 한 것은 교육을 통해 자신의 학벌과 노동시장의 지위를 세습하기 위해 몸부림친 건데요. 표창장 위조만 안 했을 뿐이지 문재인 정부의 주축인 586정치엘리트, 현 정부 실세들도 마찬가지예요”라며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이인영 통일부 장관 아들과 김두관 민주당 의원 아들의 스위스·영국 유학, 윤미향 의원 딸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딸의 미국 유학을 지적했다. 서 교수는 “다만 이들이 재산 신고할 때 그리 돈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도 연 1억 이상이 드는 유학을 보냈다면,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 궁금해질 수밖에요”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불공정 문제가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강양구 기자는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비판했던 586정치엘리트는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라며 “분명히 조국 사태와 같은 일들이 안 좋은 모습으로 계속해서 반복될 가능성도 크고요. 심지어 그동안 우리들이 대화하면서 제기했던 여러 의혹과 문제들이 교정되기는커녕 은폐되고 더 증폭될 가능성이 큽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국민의 공정에 대한 욕구를 묶어서 표출해줄 새로운 진보 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는 특히 진보를 내세우는 정당이 ‘신보수’로 자리매김한 민주당의 ‘2중대’라고 불리는 한 진보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진보 세력에게 앞으로는 더 급진적이 될 것을 주문했다. 강 기자는 “진보 정치의 새로운 리더들이 지금 한국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를 불평등이라는 의제로 재해석해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것을 정책으로 연결해서 실력을 보여줘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백서, “작금의 공정 논란은 검찰이 만든 프레임… 검찰부터 개혁해야”

반면, 백서 저자들(조국백서추진위원회, 김민웅 경희대 교수 외 9명)은 지금의 ‘공정 프레임’은 검찰이 만든 것이며, 공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검찰 개혁’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에 시동을 걸었고 오랫동안 검찰개혁에 천착하며 목소리를 내온 조국 서울대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에 기용했으며 그를 법무부 장관에 내정했다”며 “그 이후에 대한민국은 ‘검찰개혁 대 조국 장관 가족의 불공정 및 비리 의혹’이라는 커다란 갈등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검찰로부터 ‘공정’ 시비가 일어나는 작금의 사태가 역대 검찰이 진보 정권의 검찰 개혁을 저지한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검찰은 매번 여야를 가리지 않는 ‘공정한’ 수사를 벌이며 국민적 지지를 얻고, 이러한 지지를 바탕으로 검찰 개혁을 방해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참여정부 초기의 ‘대선자금 수사’가 한 예”라며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자금 10분의 1’ 발언을 배경으로 ‘깨끗한 정치’라는 국민적 어젠다에 편승해 정치자금 수사를 단행했고, ‘국민의 검찰’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나갔다. 그리고 검찰 내부의 민주화가 필요한 시점에 ‘검찰 독립’을 의제로 만듦으로써 ‘검찰권 강화’에 일정한 성과를 거두는 등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을 초기부터 흔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적 지지를 얻은 검찰은 자신들을 개혁하려는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그리고 개혁 대통령과 검찰의 충돌은 비극적인 역사로 귀결되고 말았다”며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박연차 회장에 대한 표적·기획 수사를 통해 퇴임한 개혁 대통령을 사지로 몰아넣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딱지를 떼어본 적이 없다며 “군부 권위주의 정권 때는 정권의 충견 역할을 했고, 보수정권이 들어섰을 때는 권검 일체화로 검찰권을 행사하는 등 편파적인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검찰은 민주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돌변했다. ‘검찰독립’을 주장하며 민주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민주정부 길들이기에 나섰다. 검찰의 민주정부 길들이기는 ‘국민 지지’를 등에 업고 개혁 대통령을 압박하는 ‘노회한’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공정하지 못한 기득권을 내몰아야 하는가, 아니면 작금의 공정 논란은 검찰이 만든 프레임이고, 따라서 검찰부터 개혁해야 하는가. 무엇이 더 공정한가? 흑서와 백서는 이렇게 상충된 공정 논란을 일으키며 대중을 흔들고 있다. 극명하게 다른 두 주장이 모두 논리를 갖추고 있으니, 독자의 현명한 선택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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