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독서생활] 김민섭 북크루 대표 “작가를 소개하는 가장 충실한 플랫폼 될 것”
[슬기로운 독서생활] 김민섭 북크루 대표 “작가를 소개하는 가장 충실한 플랫폼 될 것”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9.28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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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까이하는 애서가(愛書家)는 타고나는 걸까요? 만들어지는 걸까요? 아마 어떤 계기를 통해 빠르게 혹은 서서히 독서의 재미를 알아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애서가는 어떻게 책과 인연을 맺고, 관계를 쌓고, 우정을 맺어 왔는지. 그 긴 여정을 책을 쓰는 작가부터, 책을 짓는 출판편집자, 널리 알리는 북튜버, 최종 소비하는 독자까지, 여러 입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 주]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지구상의 중요도에 있어서 김도 못 되고, 김 위에 바르는 기름도 못 되고, 그 기름을 바르는 솔도 못 되는 4차원적인 존재이지만, 그래서 범국민적 도구적 유용성 따위는 획득하지 못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그 잉여로우면서도 깔끔한 효용이 무척 반가울 존재. (그런) 김솔통(김에 기름 바르는 솔을 보관하는 통) 같은 글을 쓰고 싶다” - 책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책장 위 고양이’ 시즌1 글 모음집) 中

‘책장 위 고양이’는 저마다의 ‘김솔통’을 지닌 여러 작가가 쓴, 기분 좋게 온몸을 감싸 안는 ‘아침 글’을 매일 오전 6시 독자에게 (이메일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시즌1(3~5월)에서는 김민섭·김혼비·남궁인·문보영·오은·이은정·정지우 작가가 매일 돌아가며 아침을 열었고, 시즌2(7~9월)에서는 김겨울·박종현·이묵돌·핫펠트·제이(주말 제외)가 글밥을 지어냈다. 주제는 ‘언젠가, 고양이’ ‘언젠가, 커피’ ‘언젠가, 뿌팟퐁커리’ 등 과거 혹은 미래의 ‘언젠가+무엇’에 관한 이야기. 글 한켠을 차지한 고양이 캐릭터 ‘셸리’를 향한 긍정 반응도 그렇지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아침밥 같은 글을 향해 독자들은 ‘뜨뜻’을 넘어 ‘후끈’한 반응을 보인다.

어느 독자는 “(글을 읽으면) 내 역사 안의 ‘언젠가, 그날’이 떠오르며, 잊고 있었던 ‘내 모습’을 만나게 된다”고 호평했고, 어느 고등학생 독자는 “지난주에 메일 한 통이 안 왔는데, 오늘 학교에서 미적분을 공부하기 전에 ‘꼭’ 읽고 싶다. 등굣길에 글을 읽는데, 그럼 공부가 더 잘 되는 느낌”이라며 캐릭터 ‘셸리’의 (직접 그린) 그림을 보내오기도 했다. 글을 쓸 동기를 부여하다 못해 펌프질하는 이런 팬심에 감동하지 않을 자 누구랴. ‘책장 위 고양이’ 서비스를 선보이는 김민섭 북크루 대표는 “몹시 감동해서 커다란 선물을 전달했다”고 고백한다.

그간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 사회』 등의 책으로 우리 사회를 향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작가였지만 이제는 강연 연계 플랫폼 북크루의 대표이기도 한 김민섭 작가 겸 대표. ‘작가와 독자를 잇(겠)다’는 포부로 올해 초부터는 ‘책장 위 고양이’ 서비스를 선보이는 그를 <독서신문> 사옥 1층 커피숍에서 마주했다.

[사진=북크루]
[사진=북크루]

- 지난 3월 ‘책장 위 고양이’ 시즌1을 시작할 때 첫 달 구독자가 346명이었다. 현재는 많이 늘었을 것 같은데.

A. 지금은 정확히 두 배, 성장률로는 100%가량 늘었다. 첫 시즌 때는 작가들이 자신의 SNS에 홍보하면서 구독자가 많이 모였고, 시즌2에서는 김겨울 작가의 ‘겨울서점’(유튜브 채널)에서 ‘책장 위 고양이’라는 주제로 특집 촬영을 했는데, 그날 정말 많은 구독 신청이 들어왔다. 시즌1에서 이은정, 문보영 작가, 시즌2에서 김겨울, 핫펠트 작가가 출연했는데, 김겨울, 핫펠트 작가 팬들이 특히 많이 들어왔다.

- 시즌1에 연재된 글을 모아 지난 7월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를 출간했다. 구독 모델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시즌1을 종료하면서 대표 본인과 참여 작가들의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A. 이건 나도 그렇고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인데, 좋았던 점부터 말하자면, 독자들과 소통하는 느낌이 좋았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은 긴 시간 동안 혼자서 하는 (출간을 위한) 글쓰기에 익숙한데, ‘책장 위 고양이’는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면 이메일과 게시판으로 바로바로 반응이 오니까 글 쓰는데 외롭지 않아 좋았다. 또 주제를 (작가들이) 돌아가면서 정하다 보니 신선한 글들이 많이 나왔다. 특히 남궁인 작가가 ‘뿌팟퐁커리’(태국의 커리 요리)를 글 주제로 제시했을 때 작가(단톡)방에 난리가 났었다. 이걸로 어떻게 글을 쓰냐고. 심지어 어떤 작가는 뿌팟퐁커리가 뭔지도 몰랐다. 근데 이런 평범하지 않은 주제를 줬을 때 작가들의 진짜 실력이 나오고, 재밌는 글이 나오는 것 같다. 작가들이 자신의 글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 반응이 유독 뜨거웠던 작품은 뭐였나.

A. 사실 누가 좋았다, 나빴다 말하기 민망한 입장인데, 그래도 하나를 꼽으라면 김혼비 작가의 글이 유난히 반짝반짝하지 않았나 싶다.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다”고 쓴 부분이 있는데, 솔직히 사람들이 김솔통이란 걸 잘 모르지 않나. 우리가 뭔지 잘 인식하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꼭 필요한 글을 쓰고 싶다는 글. 내 기억엔 그 글(김혼비, 「마트에서 비로소」) 평가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 독자가 인지하지 못했지만, 알 필요가 있는 내용을 짚어준다는 몹시 교훈적인 내용인가.

A. 아... 또 그렇게 비장한 건 아니다. 김혼비 작가 장점이 비장하지 않은 발랄함이다. 요즘 글쓰기 미덕 중 하나가 너무 비장해지지 않는 거다. 과거에는 너무 비장하지 않았나. '문학의 숭고함. 예술의 숭고함을 지켜야 한다' 뭐 그랬는데, 김혼비 작가가 그런 선을 정말 잘 조절한다.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 작가 신분에 대표라는 직함이 더해진 지 반년이 지났다. 그 무게가 무겁진 않은지. 모든 일이 그렇듯,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

A. 작가는 작가라고 쓰고 자유인이라고 번역해도 될 정도로 자유롭다. 마감조차도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 그런데 대표가 되고 나니 모든 자유가 없어진 느낌이다. 협업을 해야 하는데 그건 내 시간을 비워두고 해야 하지 않나. 작가와 대표는 자유의 극과 극에 있는 것 같다. 정말 바쁘고 부담이 크다. 그간 짐은 원고의 무게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더 큰 무게가 느껴지고, 지킬 게 많아지니 불안감도 더 커졌다.

또 예전엔 작가를 만나면 다 친구였다. 근데 이젠 갑과 을이 된 느낌이다. 예전엔 “안녕” 이러면 됐는데, 이제는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을이 됐다. 제안받던 입장에서 제안하는 입장이 되니 거절이 무척 두렵더라. 선택하는 처지에서 선택받는 처지가 되니 거절 받았을 때 ‘이 사람과의 관계가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크다.

- 좋은 점은 단 한 가지도 없는 건가.

A. 아... 또 그렇진 않다. 작가들의 참여를 요청하면서 많은 분들이 “잘은 모르겠지만 네가 하는 거니까 해볼게”라고 말해줘서 큰 감동을 받았다. 특히 김혼비 작가의 “김민섭이 하는 거면 믿고 해볼게요”라는 말이 큰 감동이 됐다. 근데 실망시킬까봐 부담이 크다. 믿지 않으면 실망할 것도 없는데. 믿는다고 하니...

- 지난 7월부터 시즌2가 진행 중이다. 작가 선택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혹시 시즌1 참여 작가 중 추가 연재를 희망했거나, 특정 작가의 추가 연재를 요청하는 독자의 요청은 없었는지.

A. “시즌1 작가들 계속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근데 작가들이 지쳐서 “너무 좋은데 하다 죽을 것 같아서 더는 못 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들 ‘글빚’이 많았다. “마감해야 할 빚진 단행본 글이 많아서 출판사 눈치도 보인다”고 하는데, 또 누군 계속하고 누군 안 하고 그런 것도 이상해서 그냥 시즌2는 새롭게 가기로 했다.

- 시즌2 작가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 건가?

A.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글 잘 쓰는 게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는 독자가 궁금해할 법한 작가였다. 글을 잘 쓰지만 이미 출간한 책이나 연재한 글이 많은 작가보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사람이 글을 쓰면 꼭 볼 거야’ 이런 작가를 섭외했다. 시즌1 참여 작가들의 추천을 받아, 김겨울, 핫펠트, 이묵돌 작가처럼 독자가 궁금해할 법한 작가들을 모시게 됐다.

- 시즌1은 작가가 7명, 시즌2는 5명으로 줄었다. 작가분들이 힘들어해서 그런 건가.

A. 작가가 힘들었다기보다 독자가 힘들어했다. 주말에는 오픈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더라. 그래서 월~금요일만 보내게 됐다. 근데 좀 허전한 느낌이 있어서 시즌3에서는 토요일까지 보내기로 했다. 이틀(토요일, 일요일) 중 하루는 열어보지 않겠나 싶어서.

- 12월에 시작하는 시즌3 참여 작가는 정해졌는지.

A. 지금 윤곽이 거의 잡혔다. 시즌1에 대한 독자 반응이 ‘글이 너무 좋아요’였다면 시즌2는 ‘언니 너무 멋있어요’였다. 핫펠트나 김겨울 팬덤이 많았다. 시즌3는 시즌1과 시즌2의 장점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글이란 게 뭔지 보여줄게’라고 할 만한 분들을 모시고 있다. 정말 에세이를 잘 쓰시는 분들을 모실 예정이다.

[사진=북크루]
[사진=북크루]

- 시즌2에서는 정체를 밝히지 않는 히든 작가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A. 히든 작가(‘제리’란 가명 사용)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이다. 이분 글을 보면 “왜 등단을 못했지”가 아니라 “왜 안 했지”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필력이 좋은 분이다. 한번은 그분 글을 읽으면서 길에서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다만 등단을 안 했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아 시즌3에서도 히든 작가가 등장할지는 미정이다.

- 작가 강연 매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많은 제한이 있었을 것 같은데, 현 상황은 어떠한가.

A. 지난해 300회 이상 강연을 다녔는데, 지방을 다녀보면 강사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시더라. 근데 사실 내 주변엔 강연하고 싶어하는 작가들이 많다. 공급과 수요가 연결되지 않는 거다. 이런 필요를 연결하기 위한 서비스를 준비했는데, 올해 초 코로나가 터지면서 적잖은 어려움을 겼었다. 강연 요청이 들어오지 않고, 들어온 것도 취소됐다. 다만 지금은 언택트(화상회의, 유튜브 스트리밍, 영상 제작) 강의로 전환해 나름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 희망하는 강연 내용, 강사 정보를 제시하면 적합한 사람을 찾아주는 건가.

A. 북크루 홈페이지에 작가 상세 정보가 올라가 있다. 예를 들어 그 정보를 보고 오전에 요청 정보를 누르면 작가와 조율해서 오후까지는 가능 여부를 통보한다. 이 외에 강연 주제나 원하는 강연자 정보를 제시하면 직접 연락해서 연결하기도 하고, 여러 강연자를 원할 경우 조건에 맞는 강연자를 큐레이션 하기도 한다. 최근엔 청주의 모 고등학교에서 강연자 일곱명을 요청해와 추천해드리기도 했다. 앞으로는 더 간소화해서 배달의 민족처럼 독자와 작가를 직접 연결하게 하려고 한다. 다만 상품처럼 작가에게 별점, 평점을 매길 수는 없기에 정성적 가치를 최대한 끌어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 등록된 작가는 몇 명 정도인가? 작가라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는 건가.

A. 100명 정도다. 직접 등록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는데, 지금은 주변 추천을 받거나 우리가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 수수료는 어느 정도인가.

A. 시장조사를 많이 해봤는데 보통 중계업체가 30~50%를 떼어 가더라. 북크루는 10%만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작가들에게서 돈을 벌고 싶지 않다. 작가들에게서는 최소한의 운영비만 받고 나머지는 기업 등에 강연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얻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 과거 인터뷰에서 ‘생계’(당장 내일의 양식)와 ‘생존’(머지않은 미래의 양식)에 관한 걱정을 전했는데, 현재 그런 고민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사실 개인적으로 생계 걱정을 덜 하게 된 건 2~3년 정도 됐다. 내일 먹고 살 문제인 생계를 걱정하기보다 일 년 뒤 지속가능성인 생존을 걱정했으나, 북크루 대표가 되고 나서는 다시 생계도 걱정하게 됐다.(웃음) 잠을 제대로 못 이룰 때가 많은데, 그래도 재미는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니까.

- 향후 북크루의 기대상(像)이 있다면.

A. 새로운 독서문화를 만들고 싶다. 단순히 책만 읽는 게 아니라 작가도 함께 읽는 시간으로 나아가면 우리 사회가 지식이나 앎에 있어서 더 풍부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책을 읽다가 작가를 만나보고 싶을 때 답을 줄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 ‘이 작가를 알고 싶으면 북크루를 보면 돼’ 이렇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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