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만족도 꼴찌는 자영업자... 1위는 공무원?
직업 만족도 꼴찌는 자영업자... 1위는 공무원?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9.25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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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가게. [사진=연합뉴스]
폐업한 가게.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신분제 사회에서 민주화 사회로 진보하면서 만인에게 허락된 권리 중 하나가 ‘직업선택권’이다. 이전에는 타고난 신분에 따라 가업을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도 아니면 신분 경계 안에서 제한된 선택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런 제한이 (없지 않으나 명시적으론) 사라졌다. 직무 수행을 위한 자격 요건에(부합하기 어렵지)만 부합하면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됐는데, 그럼에도 직업 만족도는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인크루트]
[사진=인크루트]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과 자영업자 2,7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 일자리만족도’에서 ‘경찰·소방 공무원’(79.1점)의 직무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뒤이어 ▲‘공공기관 전문직’(74.3점) ▲‘교사·선생님 등 교육 공무직’(71.7점) ▲‘금융권 종사자’(71.5점) ▲‘연구원’(69.0점) ▲‘전문직’(68.8점) ▲‘행정 공무원’(68.0점) 등의 직종이 상위권에 자리했다. 하위권에는 ▲‘사무직’(61.6점) ▲‘예체능 종사자’(59.2점) ▲‘생산직 종사자’(59.1점) ▲‘서비스직 종사자’(58.5점) ▲‘자영업자’(55.7점)가 주를 이뤘다. 전반적으로 자영업자와 저임금 생산·사무직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만족과 관련해선 ‘하는 일에 비해 낮은 연봉’(28.9%)과 ‘발전이 없어서’(25.6%)란 이유가 많았고, ‘적성과 맞지 않아서’(14.8%),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아서’(14.1%)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해서’(9.7%)가 뒤를 이었다.

만족도 상위군과 하위군을 비교했을 때 구분되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건 ‘안정성’이다. 상위권 대다수가 공무원·공무직 또는 전문직으로 고용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이들 직종은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 혹은 이상적인 근로 복지를 누리면서 정년을 보장받거나 쉽사리 대체가 불가한 전문인력이란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매일같이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사건·사고를 접하는 경찰·소방 공무원의 만족도가 높게 측정된 건 의아한 일이다. 경찰·소방 공무원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타인의 생명을 구한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보장되는 직군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직업 만족도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일의 가치’. 경찰·소방 직군은 업무가 고되지만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구하는 긴급하고 필수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왜 이 일을 해야 하지’란 의구심에 빠질 여지가 적고, 일에서 얻는 성취감과 보람도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으로 그 수고를 인정해주는 분위기 또한 근로 의욕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는 니체의 말처럼 매일 생사를 오가는 고된 환경 속에서도 일의 분명한 목적과 가치가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소방대원 시절 출간한 책 『어느 소방관의 기도』에서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참혹한 현실 속에서 기적과도 같은 희망을 발견해내기에 삶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실감하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만족도 하위권을 차지한 자영업자, 생산·사무 직군의 공통점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진입 장벽이 낮아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는 경우가 태반인데, 내가 다른 누군가로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은 안정성 면에서 직업 불만족의 주요한 이유로 자리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위 설문 조사에서 ‘구직준비생으로 돌아간다면 일하고 싶은 직종’을 묻는 말에 설문 참가자 절반가량(42.1%)은 공무원 또는 공무직을 택했다. 경찰·소방 직종 등의 소명의식을 바라는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그보다 공무원의 안정된 생활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석되는 대목인데, 이와 관련해 경영컨설턴트 세스 고딘은 책 『린치핀』에서 “임금은 늘 제자리다. ‘안정적인 직업’은 과거의 신화가 돼버렸다. 스트레스가 시시때때로 솟구친다.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다. 중산층이 고통받는 이유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구성원을 사람이 아니라 거대한 기계를 구성하면서 쉽게 갈아 끼울 수 있는 톱니바퀴로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톱니바퀴를 더 쉽게 갈아 끼울 수 있다면 돈은 더 적게 줘도 된다. 게다가 지금까지 이렇게 되는 과정에 노동자들은 스스로 동참했다”고 지적한다.

이어 엘렌 러펠 셸 교수는 책 『일자리의 미래』에서 “많은 사람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작업은 나에게 올바른 일, 즉 일자리가 나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일을 통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를 일자리에 맞춰 넣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에 과감히 의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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