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살해에 편의점 돌진까지... 분노조절장애 사회
이웃 살해에 편의점 돌진까지... 분노조절장애 사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9.24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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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분노가 지닌 힘은 실로 엄청나다. 엔진 내 폭발로 옛 증기기관이, 오늘날의 자동차가 움직이듯 폭발적 분노는 사람을 격동케 하는 힘을 지닌다. 그 분노를 적절히 사용할 경우 발전이나 성과를 이루기도 하지만, 통제 불능의 상태에선 본인과 주변을 초토화하는 파국을 초래하기도 한다. 옛 피타고라스가 “분노는 어리석음에서 시작해 후회로 끝난다”고 했듯이.

최근 분노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일 분당의 한 아파트에선 60대 남성이 70대 이웃 여성 두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발단은 점당 100원짜리 화투판에서 벌어진 시비. 경찰에 따르면 게임 도중 시비가 붙어 소란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70대 남성이 경찰에 연행됐었는데, 이후 풀려난 남성이 소주병과 흉기를 들고 피해자 집을 찾았다.

[사진=연합뉴스]

그보다 앞선 지난 15일엔 경기 평택의 한 편의점에 승용차가 난입해 집기와 물품을 파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자는 30대 여성으로 편의점 점주와는 3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지난 5월 해당 편의점 본사에서 진행한 어린이 사생대회와 관련해 점주가 자신의 딸 그림을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오해하면서 갈등을 빚었고, 그 과정에서 골프채로 편의점 점주를 위협하다가 차로 편의점에 돌진해 10여분 간 난동을 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해당 여성은 2018년 4월에도 분노조절장애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의 외벽을 차량으로 들이받아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뿐 아니라 주변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분노조절장애. 최근 그런 분노조절장애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충동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5년 5,390명에서 2016년 5,920명, 2017년 5,986명으로 점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이런 분노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정신과 의사인 로널드 T. 포터 에프론 박사는 책 『욱하는 성질 죽이기』에서 “욱하는 성질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들은 세상은 무섭고 위험하며, 사람들은 위협적이고, 관계는 깨지기 쉽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내면세계 역시 ‘텅 빈 느낌’ ‘약하고 자신감 없고 무능력한 실패작’ ‘무력감’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 등으로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 존재감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태”라며 “여기에는 버림받은 경험, 육체적 폭력이나 성폭력, 지나친 비난이나 창피, 충격적인 경험 아니면 심각한 무력감 같은 것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맹목적 분노란, 갑자기 예기치 않게 성격이 돌변할 정도로 화가 치밀어 감정이나 생각, 행동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거나 혹은 일부밖에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사람은 나중에 당시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극히 일부분만 기억한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지금까지 정확한 답은 없다. 현재로서는 우리 뇌가 극도의 스트레스나 위협을 인지했을 때 나타나는 자기방어의 일환이라는 가설이 가장 지배적이다”라고 말한다.

원인이 불명확하다면 아직 치료법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완치가 쉽진 않지만 약물치료를 비롯해 여러 치료법이 존재하는데,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인식의 전환’을 강조한다. 대개의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특정 사안을 확대·왜곡 해석하면서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이때 자신이 분노한다는 사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 더욱 격동하는 악순환을 경험하기 때문에 사안을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 공진수 심리상담사는 책 『나 요즘. 분노조절 장애인가?』에서 “분노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창피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만 조심해야 할 건) 다른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에 앞서서 자신의 감정을 좀 더 성찰할 필요가 있다. 당신 때문에 분노한다는 것보다 먼저 무엇 때문에 분노를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입장에서는 (비난 대상의) 모든 것이 틀린 것이요. 반대로 자신의 입장은 옳은 것이라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라고 충고한다.

전문가들은 분노 조절을 위한 호흡법을 강조하기도 한다. 공진수 상담사는 책 『또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에서 “어떤 사람들은 90초가 문제라고도 한다. 90초만 잘 인내해도 분노가 조절되는데 그 90초를 넘기지 못해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잠시 멈춘 다음, 숨을 천천히 내쉬는) 심호흡을 여러 차례 하다 보면 끓어올랐던 분노감정은 조금씩 냉각된다. (이런 행위는) 탁 트인 넓은 공간에서 할 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사람이란 존재는 공간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라며 “지금 분노가 일어나는 공간에 있다면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서 복식호흡과 같은 심호흡을 여러 차례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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