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와 외계생명체 탐색의 상관관계
재택근무와 외계생명체 탐색의 상관관계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9.21 08: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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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외계 지적생명체 탐색을 위해 1,000만개 이상의 별을 들여다봤지만 외계 문명의 존재를 나타내는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호주 연방과학산업기구(CSIRO)의 천문학자 체노아 트렘블레이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최근 <호주천문학회 출판물>(Publications of the Astronomical Society of Australia)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구팀은 돛(Vela)자리 주변 천체에서 인류가 행한 가장 광범위한 외계 지적생명체 탐색을 벌였으나 외계 문명신호인 저주파 신호를 발견하지 못했다.  

연구팀의 스티븐 팅게이 호주 커틴대 교수는 “돛자리 주변 하늘을 이전보다 100배 이상 넓고 깊게 17시간 동안 관측했지만 관측 자료에서는 지적 생명체를 나타내는 어떤 기술 표지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관측은 어쩐지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영화 <애드 아스트라>를 떠오르게 한다. 영화에서 우주 조종사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는 20여년 전 우주에서 죽었다고만 생각했던 아버지가 우주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을 상부로부터 듣게 된다. 심지어 아버지가 우주에서 지구를 위협하고 있단다. 아버지는 과거 외계생명체를 찾기 위해 가장 먼 우주를 개척하러 떠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맥브라이드도 그런 아버지의 유지(遺旨)를 이어받아 지구에서의 삶을 제쳐두고 평생을 우주에만 헌신해왔다.  

맥브라이드가 아버지에게 메시지를 보내도 아무 반응이 없자 상부에서는 아버지를 죽이고자 한다. 그래서 맥브라이드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아버지가 있는 가장 먼 우주까지 외로운 모험을 감행한다. 그런데 웬걸, 아무리 지구에서 멀어져도 우주는 끝없이 공허하기만 하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외계생명체는 없었다. 영화의 끝에서 결국 아버지를 찾은 맥브라이드는 아직도 외계생명체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아버지에게 말한다. “어째서 계속하고 있어요? 왜 포기하지 않아요?”

‘그는 없는 것만 찾았고, 눈앞에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아버지를 공허한 우주에 남겨두고 홀로 지구로 향하는 맥브라이드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아버지처럼 가정과 사회를 등한시하고 오로지 우주에만 천착했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한다. 평생을 좇았던 우주가 실제로는 너무도 허무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동안 우주에 집중하느라 포기했던 인간관계, 소홀했던 가족의 소중함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지구에 돌아와서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한편, 요즘 우리 사회에도 맥브라이드처럼 우주에서 지구로, 그러니까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하게 된 재택근무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와는 달리 이러한 귀환이 많은 이들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온라인에서 가족과의 불화를 털어놓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집안일을 하지 않는 남편과 싸웠다는 아내, 잔소리하는 아내에게 언성을 높였다는 남편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를 하며 이제는 가족의 점심까지 챙겨야 한다는 워킹맘들의 고충이 쏟아진다. ‘돌밥돌밥’(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고)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폭력도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해 1월 20일부터 4월 1일까지 ‘가정 내 아동학대’로 접수된 신고 건수는 1,708건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 1,891건으로 증가했다.     

세계적으로도 다르지 않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17일 전국 이동금지령을 내린 이후 프랑스 내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32%가량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린란드 정부는 가정폭력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이동금지 기간 술 판매를 금지하기도 했다. 그린란드 보건당국은 “불행하게도 최근 몇 주 동안 가정폭력이 증가했다”며 “부모의 지나친 음주는 가정 내 아이들을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최근 이혼 상담이 늘었는데, 상하이의 한 로펌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이혼 의뢰가 약 25% 증가했다. 미국도 다르지 않았다.미국 여성인권단체 ‘DC 세이프’는 <워싱턴포스트>에 “지난 2주 동안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코비디보스’(Covidivorce)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Covid19)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다.       

‘그는 없는 것만 찾았고, 눈앞에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고립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보면 사소한 일로 감정이 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 ‘귀환’의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마음을 가지고 지구로 돌아온 로이 맥브라이드처럼, 그동안 일로 소홀했던 가족에게, 모든 우주를 통틀어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 사랑을 쏟을 기회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누그러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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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우 2020-09-21 14:51:39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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