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SF로 여성을 말하다 『SF는 정말 끝내주는데』
[책 속 명문장] SF로 여성을 말하다 『SF는 정말 끝내주는데』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9.19 11: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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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특히 SF 세계의 여성 작가와 여자 주인공 이야기는 일부러 많이 했다. SF 평론가든 비평가든 칼럼니스트든, SF 작품을 소개하고 평가하는 글을 담당하는 사람 중에 혹시 설마 여자가 나밖에 없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물론 사실이 아니다). 아무리 자기 객관화를 잘하더라도 성 정체성과 그에 따른 경험의 종류는 작품을 판단하는 시선에 영향을 미친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시선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근대와 함께 죽어 마땅한 환상이다. 하나의 올바른 정답이란 이상에 불과하고, 다양한 시각이 병존하는 상태가 이상적이다. 그러니 내게 글쓴이로서 역할이 있다면 한국에서 나오는 SF 이야기에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섞는 일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았다. 

물론 여성은 많은 영역에서 그렇듯 SF 세계에서도 충분히 메이저한 마이너리티다. ‘SF계의 노벨상’인 휴고상의 소설 부문은 4년째 여성 작가들이 휩쓸었고, “여자가 SF를 읽어요?”라는 말은 멸종했다(적어도 멸종 위기종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SF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아직도 대부분은 과학적이고 딱딱하고, 우주가 나오고, 미래 기술이 들어가고, 낯선 이야기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 종류의 일을 하는 사람이 여자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여자를 절반은 떠올렸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SF가 설명되는 방법, 즉 SF 담론은 아직 성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뜻이다. 

담론이 생성되려면 목소리가 필요하다. 나는 파트타임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담론을 만드는 목소리다. 나는 SF의 시초를 짚을 때 쥘 베른이나 허버트 조지 웰즈를 읊기보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말하고(내가 시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성차별 철폐의 역사와 SF 문학사는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하고, 막연히 여성형 섹스 로봇을 등장시키거나 섹스 로봇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요즘 SF에선 안 먹힌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SF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다. 휴고 건즈백은 SF를 정의하며 “문학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장르라고 표현했다. SF 작가 테드 창의 말을 인용한 내 말을 다시 인용하면, SF는 “다시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로 세계를 바꾸는” 장르다. 그리고 성별과 사회구조와 인간의 상호작용은 우리의 변화에 당연히 중요한 주제다. <8~10쪽>

『SF는 정말 끝내주는데』
심완선 지음│에이플랫 펴냄│28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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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우 2020-09-21 16:24:26
글 잘 읽었습니다. 다만 글이 시작하는 부분이 없고 본론으로 점프하는 느낌이 강하게듭니다. 그리고 용어와 문장 구조가 너무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