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무색한 코로나 음주운전
윤창호법 무색한 코로나 음주운전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9.18 08: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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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07년 7월 30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빠와 함께 차량으로 귀가하던 대학생(당시 24세·여) 이씨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가해자는 소주 다섯 병을 마신 음주 운전자. 이미 한 차례 접촉사고를 낸 가해자는 도주하면서 7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는데, 그 과정에서 이씨가 탄 차량이 불길에 휩싸였다. 폭발 직전 이씨는 가까스로 구조돼 목숨을 구했지만, 이미 전신 55%에 3도 화상을 입은 상황. 이후 30여 차례 수술을 진행했지만, 화상으로 변해버린 외모를 되돌리긴 역부족이었다. 책 『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인 이지선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의 이야기다.

때때로 음주운전에 따른 참혹한 피해 소식이 전해지지만 그 충격도 잠시, 잘못된 음주운전의 행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파주-평택 고속도로에선 음주 운전자가 모는 승용차가 앞서가던 승용차를 추돌해 조수석에 탄 아내가 숨지고, 운전하던 남편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일에는 대낮에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은 운전자가 낸 사고로 길에서 음식점에 들어간 엄마를 기다리던 여섯 살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동생의 죽음을 코앞에서 목격한 형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어 지난 9일에는 오토바이 배달에 나선 50대 치킨집 주인이 만취한 상태로 역주행한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사실 최근 음주운전은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경각심이 고취되면서 그 숫자가 주는 추세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건수는 2016년 1만9,769건(사망 481명, 부상 3만4,423명), 2017년 1만9,517명(사망 439명, 부상 3만3,364명), 2018년 1만9,381명(사망 346명, 부상 3만2,952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음주운전으로 사망자 발생 시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는 ‘윤창호법’이 본격 시행된 2019년에는 사고 건수 1만5,708건(사망 295명, 부상 2만5,961명)으로 그 수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음주 운전율이 다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건수는 1만1,26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659건)보다 16.6% 증가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완화(일제 검문식→선별식)가 주된 이유로 추정되는 상황. 김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음주단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음주 적발 건수는 1만1,2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4건 증가했고, 같은 기간 음주운전 사고 건수(1,558건) 역시 지난해보다 45.6% 늘었다.

사실 음주운전은 습관이다. ‘음주운전을 아예 안 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음주운전이 적발되지 않은 경험이 쌓일수록 운전자는 점점 대범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의 ‘음주운전 재위반까지 걸리는 시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2017년 6월 운전면허 취득자가 처음으로 음주단속에 적발되는 평균 시간은 649.8일. 이후에는 더 빨라져 2회 적발은 536.1일, 3회는 419.5일, 4회는 129.1일로 단축된 결과를 보였다.

김도사는 책 『술이 인생을 망친다』에서 “음주운전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사고가 났다 하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목숨까지 저세상으로 데려간다. 결국 잘못된 음주운전으로 화목한 두 가정이 순식간에 파괴된다. 음주운전은 단순히 순간적인 실수가 아니라 무거운 범죄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퍼져야 한다”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곧바로 감옥행이다. 만일 기혼자라면 아무 잘못도 없는 부인까지 함께 수감시켰다가 이튿날 훈방한다. 이는 부인의 잔소리가 음주운전을 그만두게 할 수 있다는 효과를 노린 아이디어다. 음주운전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의지로는 힘들고 그만큼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음주운전은 대개 대리기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번에도 괜찮겠지’란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는 범죄행위다. 당사자는 한 번의 모험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음주운전에 가장을 잃고, 또 다른 누군가는 눈앞에서 동생의 죽음을 목격하고 심한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그런 책임은 음주 운전자뿐 아니라 운전을 말리지 않은 방관자도 피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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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2020-09-18 09:56:11
음주운전 차량은 몰수되어야 합니다. 다음의 청원에 동의하여 주시고 널리 퍼트려 주세요.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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