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논란... 소문난 ‘뮬란’은 정말 별 볼 일 없을까?
‘보이콧’ 논란... 소문난 ‘뮬란’은 정말 별 볼 일 없을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9.17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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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뮬란'에서 뮬란 역을 맡은 유역비.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중국 남북조 시대 시가(詩歌)인 「목란사(木蘭詞)」에는 ‘목란’이란 여성이 등장한다. 목란은 여자란 사실을 숨기고 아버지 대신 전쟁터에 나가 혁혁한 공을 세운 가상의 인물로 영화 <뮬란>의 모티브가 된 주체적인 여성의 표상이기도 하다. <뮬란>은 1998년 미국 월트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중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잘 알려졌는데, 올해 실사 영화로 제작돼 개봉하면서 보이콧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영화 <뮬란>이 중국 정부의 반인륜 범죄를 정당화했다는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뮬란> 내용 중 일부가 중국 신장 지역에서 촬영됐는데, 해당 지역이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이 이뤄지는 곳이라는 이유에서 미국, 대만, 태국, 홍콩 등지에서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뮬란> 엔딩 크레딧에는 ‘(위구르인 구금 시설을 운용하는) 중국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를 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지난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U)가 신장위구르 지역 내 구금시설에 위구르인 100만여명이 수용돼 강제 사상교육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어 큰 논란을 낳았다. 이후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칼럼을 통해 “(디즈니는 중국의) 반인륜적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을 돕고 있다. <뮬란>은 디즈니에서 가장 문제 많은 영화가 됐다”고 비판했고,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디즈니에 서한을 보내 “잔학행위를 저지르거나 그 범죄를 은폐한 책임이 있는 중국 관리들과 디즈니가 명백한 협력관계가 있어 매우 우려된다”며 “디즈니는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 의혹을 정당화했다는 논란에 대해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영화의 내/외적인 가치에 관한 공감력, 즉 ‘파토스’가 위협받는 대목이다.

이뿐 아니다. <뮬란>은 출연 배우들의 호감·매력인 ‘에토스’도 위협받고 있다. 뮬란 역을 맡은 중국계 미국인인 류이페이(유역비)가 홍콩 보안법 반대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중국 SNS(웨이보)를 통해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날 공격할 테면 해봐라.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상당한 수의 홍콩 시민들은 류이페이가 뮬란 역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취지에서 “류이페이가 아닌 아그네스(우산 혁명을 주도한 여성)가 진짜 뮬란”이라고 항의했고,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윙도 트위터를 통해 “디즈니가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이콧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엿보인다. 보이콧 운동을 주도하는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 측은 “흔히 홍콩을 ‘제2의 광주’라고 한다. 동아시아 민주화 운동의 첫 성공이 광주였다면 그다음은 홍콩이어야 한다는 바람”이라며 “(보이콧 이유에 관해) 보이콧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의 횡포를 묵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뮬란>은 영화 만듦새적으로도 적잖은 비평을 받고 있다. 이전 애니메이션 작품에선 평범한 소녀가 남자로 변장해 참전하면서 군사훈련 등에서 낙제점을 받는 등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지만, 극한의 노력으로 끝내 주변의 인정을 받는다는 내용이었지만, 이번 영화 <뮬란>에서는 본래 기(氣)가 뛰어나 무술을 잘하지만, 여자라서 억압받는다는 내용으로 각색됐기 때문. 페미니즘 요소가 반영되긴 했지만, 노력해서 얻은 능력이 타고난 능력으로 대체됐다는 점에서 본래 가치가 퇴색됐다는 부정 평가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또 디즈니 측은 ‘미투 운동을 고려했을 때 뮬란이 자신의 상관과 연인 관계가 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전 애니메이션에서 뮬란과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리샹 장군을 다른 인물로 대체해 두 인물의 러브 라인을 기대했던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선 ‘미투 영향을 고려해 극 중 인물을 각색할 만큼의 감수성을 지닌 디즈니가 왜 신장과 홍콩의 인권 문제에는 무지하냐’는 지적도 터져 나왔다.

물론 디즈니가 엔딩 크레딧에서 신장 지역 공안에게 감사를 표한 건 단순히 촬영 허가를 내준 데 대한 감사 표시일 수 있다. 또 논란이 된 유역비의 발언 역시 디즈니가 예측해서 통제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수 있다. 다만 이후 대처는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한 문제인데, 디즈니는 그간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과 달리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거대 중국 시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책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에서 영화평론가의 일에 관해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처음 한 번은 극장 안에서. 그다음 한 번은 극장 밖에서 (시작된다.) (극장 밖에서) 개별 장면을 충분히 떠올리고 특정 대사를 거듭 새기며 순서를 뒤섞어 감평의 또 다른 플롯을 만든다. (그리고) 발생했던 사건의 의미를 사색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쓰고 또 쓰며, 말하고 또 말한다”고 했다. <뮬란>을 본 후 그런 과정을 거친 영화 유튜버 제레미 잔스는 <뮬란>을 “하루 만에 잊힐 영화”라고 혹평했고, 박평식 영화평론가 역시 “이물감, 화려한 찌꺼기”라고 평가절하했다. ‘가치 소비’ 관점에서 <뮬란>을 어떻게 소비하는 것이 옳은 태도일까? 그 과제가 관객 앞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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