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은 ‘섹스’ 아닌 ‘사람’ 교육... 대화가 필요해
성교육은 ‘섹스’ 아닌 ‘사람’ 교육... 대화가 필요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9.1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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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여성을 성적대상물로 간주해 성(性)을 착취한 n번방 사건은 얼마 전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여성의 성을 강압적으로 착취하고 이를 통해 조직적으로 수익을 꾀했던 가해자 일당의 행태도 충격이었지만, 체포 이후 피해자에게 미안해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는 더 큰 분노를 자아냈다. 그들에게 피해 여성들은 ‘정숙하지 않은 여성’이었고 그런 여자에겐 ‘성적자기결정권’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성 관념이었기 때문이다.

n번방 그리고 올해 말 출소를 앞둔 조두순의 잔인한 사건(2008년 8세 여아를 성폭행해 회복 불가능한 상해를 입힘)처럼 우리 주변에선 거의 매일같이 성범죄 소식이 전해진다. 성욕이 절제하기 어려운 욕구라지만, 도대체 왜 이렇게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어린 시기 적절한 성교육의 부재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어린 시절에 올바른 성(性)인식만 심어졌어도 성범죄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성교육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네덜란드의 성 범죄율은 9.5%(‘SBS스페셜’ 공개)로 프랑스(16.5%), 미국(26.6%) 등 주요국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보인다. 네덜란드는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성교육을 진행하면서 단순히 남녀의 신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성관계가 지니는 의미, 결과, 책임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데, 이때 가장 강조하는 건 ‘성적자기결정권’에 관한 이해다. 내 몸은 부모의 것도, 애인의 것도 아닌 나의 것이며, 나는 내 몸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소중한 내 몸을 안전하게 돌보기 위한 성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손경이 성교육 전문가는 책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하는 법』에서 “성적 동의는 자신의 짐작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분명히 표현해 줘야 하는 겁니다”라며 “성적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훈련한 아이는 어느 상황에서나 상대방의 성적자기결정권 역시 존중할 줄 압니다. 우리 아이를 가해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성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성교육은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 배정원 대한성학회 회장은 ‘되묻기’를 강조한다. 처음부터 부모가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아이의 질문에 답하며 호기심을 채워주고 잘못된 생각을 교정해주라는 것. 음란 동영상의 경우에도 여건상 유해물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우니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와 관련해 인티 차베즈 페레즈는 책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에서 “포르노는 성적 환상을 실현하고 구현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현실의 섹스를 포르노 영화 속의 섹스와 비슷하게 해보려고 애쓸 필요가 없어요. 그 사람들은 일(현실적이지 않는 상황을 연기)을 하고 있는 거예요. 섹스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게 그들의 일이죠”라고 조언한다. 상업 영화 속 이야기가 개연성은 있지만, 현실과 차이가 있듯이 음란물이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처럼 성을 다루는 법을 어린 시기에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성범죄는 물론 성중독으로 자신의 인생을 망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엔 지위고하도 없다. 실제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국제통화기금) 총재, 라이언 긱스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선수,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성중독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중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서전 『나의 인생 My life』에서 “지쳤을 때나 화가 났을 때,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할 때 나중에 부끄러워하게 될 자기 파괴적인 실수를 범하게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

사실 성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부분으로 인격적인 부분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감정을 인격적으로 해소하는 올바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을 경우 스트레스를 관음, 노출, 변태적 성행위 등의 그릇된 성 일탈로 해소하기 쉽고, 그런 경우 성 착취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n번방 사건에서도 SNS상에서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는 성 일탈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여성 상당수가 가해자들의 성 착취 대상으로 포착돼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누구나 성범죄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적절한 성교육이 필수적인데 이와 관련해 성교육 전문가 성경이는 “성교육의 출발점은 일상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성 이야기를 꺼내면 아이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며 좋아할까요? ‘에이, 갑자기 왜 이래’하면서 더 어색해합니다. 하루 5분이라도 좋으니 매일매일 꾸준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도록 시도해 보세요. 이게 성교육의 시작점입니다”라며 “부모가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면 아이를 왜곡된 정보에서 보호할 수 있어요. 성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도움이 되고 해로운지를 제대로 걸러 낼 수 있는 여과 장치를 만들 수 있죠”라고 말한다. 성교육은 결국 ‘사람 교육’이고 그 시작은 솔직한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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