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삶의 의욕 잃은 암환자 되살리는 ‘언어 처방전’
[리뷰] 삶의 의욕 잃은 암환자 되살리는 ‘언어 처방전’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9.15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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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대개의 진료실은 의사와의 짧은 만남 이후 급하게 떠나는 곳이지만, 히노 오키오 교수의 진료실은 조금 다르다. 차와 쿠키,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소파가 환자를 맞는다. 청진기나 차트도 없다. 오직 상담자를 맞이하는 머리 희끗희끗한 의사가 있을 뿐이다.

히노 오키오 교수의 진료는 ‘암 철학 외래’다. 암 환자와 그 가족들과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누고 먹는 약 대신 언어를 처방한다. 일명 ‘언어 처방전’. 시신을 해부해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병리학자이기도 한 히노 오키오는 지난 40여년 간 매일 마주하는 죽음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환자에게 전해 삶의 이유를 되찾게 한다.

시작은 어느 환자의 말 한마디였다. 2005년 일손이 부족한 암병동에서 환자를 돕다가 “불안으로 억눌리고 혼란스러울 때, 의사가 평온하게 그 마음을 다독여주고 충고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돼,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대화’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애초 수업이 없는 시간에만 진행했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지금은 전국 100여 곳에 ‘암철학 외래 카페’(메디컬 카페)를 설립할 정도로 세가 커졌다.

언어 처방전이 대단한 이유는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살아야 할 이유, 희망을 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건강하고 행복할 때는 자신의 역할이나 사명을 고민하지 않다가 큰 병에 걸리면 허무감에 빠져 살아갈 이유를 잃기 마련인데, 히노 오키오 교수의 언어 처방전은 그들에게 사명을 일깨웠다. 저자는 ‘역할과 사명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수명조차 달라질 수 있다’고 전한다. 이어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목숨이 제일 중요하다’라고 생각하지 마라. 물론 생명은 정말 소중하고 중요하지만, ‘자신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더욱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덧붙인다.

잃었던 삶의 의욕을 다시 찾게하는 언어 처방전을 추천한다.

 

『내일 세상을 떠나도 오늘 꽃에 물을 주세요』
히노 오키오 지음 | 김윤희 옮김 | 인플루엔셜 펴냄│236쪽│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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