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다섯 살 때 한글을 모르면 부끄러운 일일까?
[책 속 명문장] 다섯 살 때 한글을 모르면 부끄러운 일일까?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9.14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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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옛날의 예닐곱 살은 “쟤는 자전거를 못 타”, “너는 왜 제기차기도 못하니?” 정도로 서로를 놀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섯 살이 한글을 몰라서 부끄러워하고 여섯 살이 영어를 못해 수치심을 느낍니다. 경쟁은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지만, 그 시기가 지나치게 빨라지면 차별받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도 낮아집니다.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공부를 잘하면 직장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고 그래서 소득도 높아지겠지만, 한국처럼 ‘초등학교 4학년이면 중학교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라는 말이 떠돌지는 않습니다. <34쪽>

하지만 ‘노동’에는 언제나 예외가 발생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한다고 위험한 일이 쓱 피해 가지는 않겠죠? 사람의 움직임에는 언제나 만약이 있기에 여러 안전장치가 필요한 것인데 1인 사업자 신분으로 계약이 이뤄진 플랫폼 노동자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일반적인 보험 적용 원칙에서 자유로운 특수 노동자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산재 보험도 회사와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해야 하는데(일반 회사는 회사가 100퍼센트 부담), 이조차도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강요를 받습니다. 쉽게 말해,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과 비용은 당사자에게만 있다는 것이지요. <148쪽>

질병에 개인적 원인이 있다고 해서 이를 개인의 ‘잘못’처럼 여겨서는 안 됩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개인의 아픔을 쉽사리 드러내지 못합니다. 특히 정신의 병을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나 차갑습니다.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은 차원이 다른 상태인데, 사람들은 우울증 정도는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것처럼 여깁니다. 우울증은 나약해서 걸린다는 펴견은 사람들에게 병을 숨기게끔 하죠. 우울증은 자살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공통점입니다. 한국 사회가 자살률 1위인 건,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나쁜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186쪽>

 

『곱창 1인분도 배달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할까?』
오찬호 지음 | 소복이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펴냄│200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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