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경주잡문』의 저자이자 문화재 애호가 김혜린이 이번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 『경주잡문』에서 경주의 문화재를 보고 초단편소설들을 써냈듯 이번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재들을 보고 짧은 소설들을 써냈다.
책은 각 소설의 앞에 저자가 그린 문화재를 배치하고 뒤에는 그 문화재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붙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문화재 그림과 설명 사이에 끼어있는 소설은 어떤 면에서 문화재와 전혀 관련이 없는 듯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 문화재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큰 개구리 위에 작은 개구리가 올라타고 있는 형상인 ‘연리문 개구리형 모자 연적’에서는 한 유치원의 실습용 개구리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딸기를 뒤집어 놓은 모양의 ‘백자 무릎 모양 연적’은 좋아하는 이에게서 퇴짜 맞은 이의 이야기로 변한다. ‘부석사 괘불’ 그림 뒤에 이어지는 소설은 부석사의 ‘뜬 돌’에서 시작해 연인의 이상적인 공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 이야기들은 모두 꿈을 꾸듯 기묘하게 읽힌다.
무엇보다 문화재에서 생각지 못한 이야기가 튀어나오니 읽는 재미가 있다. 문화재와 한층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책 『심미안 수업』에서 자신을 딜레탕트(예술 애호가)라고 소개하는 윤광준은 대자연의 아름다움보다 인간의 손이 닿은 예술이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자연보다는 예술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예술을 즐기는 방법이라면 이 책은 분명 예술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수단이다.
『중박잡문』
김혜린 글·그림│아름다움 펴냄│112쪽│1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