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의 글들을 읽고 있으면 슬픔마저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 온기는 슬픔을 차분히, 애정의 마음으로 관조하는 시인의 태도로부터 기인한 것이리라. 그의 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 일상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시는 어떤 물질을 만질 수 없다.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뿐이다. 시인은 그것을 안다. 그의 시에는 세상을 한없이 따뜻하게 바라보면서도 그것과 거리를 두려는 묘한 감각이 있다. 이 시집의 제목은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이다. 이별의 감정을 그러잡고 있는 시어들. 그런 시어들을 이별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인.
■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이병률 지음│문학동네 펴냄│144쪽│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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