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추천도서의 숨은 뜻은?
문재인 대통령 추천도서의 숨은 뜻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9.04 1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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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독서의 달’인 9월을 맞아 자신의 SNS에 총 4권의 추천도서를 소개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해마다 여름 휴가 때 읽은 책을 국민들에게 소개하곤 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엄중한 시기인 지금, 문 대통령은 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먼저 『코로나 사피엔스』와 『오늘부터의 세계』이다. 두 책은 문 대통령의 말처럼 “코로나19 이후 인류의 미래가 어떤 모습이 될지, 다양한 분야의 대한민국의 석학들과 세계의 석학들에게 묻고 답한 내용을 정리한 책들”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가와 국민이 어떤 부분에 더 관심을 갖고 살아가야할지 가늠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코로나 사피엔스』는 우리나라 각 분야의 대표 지식인들의 통찰을 담고 있는데, 최재천(「생태와 인간」), 장하준(「경제의 재편」), 최재붕(「문명의 전환」), 홍기빈(「새로운 체제」), 김누리(「세계관의 전복」), 김경일(「행복의 척도」)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그들은 “코로나19 이후, 인류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살아갈 우리를 감히 코로나 사피엔스라 부른다”고 말하며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다른 체제 아래 살아야 할 신인류에 대한 폭넓은 통찰을 제시한다.

특히 장하준은 코로나19를 두고 ‘미증유(未曾有 : 일찍이 있지 않았던 일)의 사태’라 명명한다. 이번처럼 수요와 공급, 소비가 한 번에 붕괴하는 상황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지금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성장은 수단일 뿐,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게 목표다. 주객이 전도된 그런 가치관은 이제 버릴 때가 됐다”고 경고한다.

그는 『오늘부터의 세계』에서도 펜데믹(pandemic : 거대 유행병)이 초래한 혼돈 속에서 ‘바람직한 성장의 방향’에 대해 역설한다. 그는 “문제는 성장의 질이다. 온 국민이 편안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 경제의 목표라면 성장은 그 목표를 이룰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며 모든 짐을 약자에게 떠넘기고, 단기 효율에 집중하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비판한다. 이어 재정 건전성에만 집착하는 관료, 분배와 제도 개혁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정부, 교육을 통한 계급 재생산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현재 인류 앞에 어떤 선택지가 놓여 있는지, 그 선택이 가져올 우선적인 변화가 무엇인지 숙고해야 함을 강조한다.

다음은 『리더라면 정조처럼』과 『홍범도 평전』이다. 두 책은 모두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에 관한 위인전 성격의 책이며 동시에 난국을 돌파한 리더를 모델로 한 책이다.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 당시 마지막 TV연설에서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정조의 개혁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책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가 본받을만한 정조대왕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고, 당대의 역사를 보는 재미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조의 리더십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리더라면 정조처럼』의 저자 김준혁은 그것을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에서 찾는다. 군주민수는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임금이 백성의 뜻을 잘 헤아려 나라를 다스려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저자는 “정조는 항상 백성을 물로 보고 임금을 배로 봤다. 자신의 싱크탱크인 규장각 각신들과의 대화에서도 국왕과 백성의 관계를 늘 이야기하며 국왕 스스로 경계를 했다”며 “정조는 군주민수와 연계해 독특한 자신의 철학을 내놓고 자신이 국왕이 된 지 22년째인 1798년에 이를 자호(自號)로 삼기도 했다”고 말한다. 정조의 위민(爲民)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홍범도 평전』. 특히 올해는 홍범도 장군이 주축으로 참여했던 봉오동 대첩과 청산리 대첩이 100주년을 맞은 해이다. 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에 묻힌 홍 장군의 유해봉환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 책을 통해 홍범도 장군의 생애와 함께 우리가 잘 몰랐던 독립군들의 초창기 항일무장독립투쟁의 역사를 조망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홍범도 평전』의 카피처럼, 홍범도 장군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온전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은 독자들을 봉오동 대첩과 청산리 대첩의 생생한 현장으로 안내하며 갑오의병운동부터 게릴라전까지, 일본군이 ‘하늘을 나는 홍범도’라고 부를 정도로 맹장이었던 그가 왜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는지에 관해 소개한다.

『코로나 사피엔스』와 『오늘부터의 세계』 그리고 『리더라면 정조처럼』과 『홍범도 평전』까지. 이 4권의 책들은 결국 공자의 오래된 격언인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떠올리게 한다. 말하자면 위 책들은 영원한 개혁군주인 정조와 씩씩한 기상과 굳은 절개로 일제에 대항했던 홍범도의 정신을 본받아 코로나19로 어려운 작금의 상황을 극복해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각오와 의지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의 오묘한 ‘책의 정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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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2020-09-04 13:20:44
정조라는 왕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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