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타일러 라쉬, “두 번째 지구는 없어요”
[책 읽는 대한민국] 타일러 라쉬, “두 번째 지구는 없어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8.3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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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현식 PD]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8개 국어가 가능한 언어 천재, 시카고대·서울대 출신 뇌섹남, 문제적남자, 대한미국인… 6년 차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그동안 방송을 통해 소비된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는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아니었다. 타일러는 그동안 가장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말을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에 담았다고 했다. TV 방송에서 꺼내면 재미없다는 이유로 편집되거나 빨리 감기로 풍자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는 그 말. 그가 절박한 심정으로 꺼내놓은 이야기는 바로 ‘기후위기’다.

“내 꿈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타일러는 책의 맨 앞장에 당당하게 이러한 문장을 적어 넣고 울분을 토하듯 이야기를 이어간다. 자신은 환경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가도 아닌 이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누구라도 당장 말을 꺼내고 너나없이 당장 행동해야 할 만큼 지구의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라는 것.     

전문가는 아니라지만 책은 충분히 전문적이다. 2016년부터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고 오히려 매월 기부하며 WWF(World Wildlife Fund, 세계자연기금)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는 그는 기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고 있다는 다양한 지표들과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전개해나간다. 기후위기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인식들을 깨부수며 세계가 어떻게 환경 보호에 역행하는지 국제 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타일러에 따르면 인류는 파국을 향해 빠르게 치닫는 바보들이다.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데도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그는 냉방 온도를 높이고 플라스틱 통은 여러 번 재사용하기 등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환경 파괴 제품 불매운동’으로까지 구체적인 환경보호 지침을 확대해나간다. 정부에는 상품마다 탄소 배출량을 표기할 것과 환경 관련 교육을 늘릴 것 등을 제안한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FSC 인증(국제산림관리협의회에서 만든 산림 관련 친환경 국제 인증)을 받은 컵을 들고나온 타일러를 만났다. 그는 한국인이 아닐까 착각하게 하는 수준 높은 어휘력으로 질문에 답했다. 좋아하는 책을 이야기할 때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 최현식 PD]

Q. <독서신문>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명사로 선정됐다.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독서신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10년 전에 외교학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우연히 방송을 하게 됐고, 그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타일러입니다. <독서신문>이 1970년에 발행돼서 50년이 흘렀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저도 책을 좋아하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 2017년 회사를 창업하게 되면서 너무 바빠서 많이 읽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컨설팅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지금도 회사를 운영하며 필요한 지식을 책에서 찾고 있습니다. 책은 주로 사회과학서적을 즐겨 읽었고, 소설도 좋아하고, 대학원 다닐 때는 전공서적 위주로 읽었습니다. 
   
Q. 2020년 8월 28일이 한국에 온 지 딱 10년째다. 외국인으로 살기에 한국은 어떤지? 

다른 외국인의 입장은 잘 모르겠지만, 미국 국적자로서 한국은 ‘편하지는 않지만 모든 게 편리한 나라’라고 생각해요. ‘편하진 않다’고 한 이유는, 한국 사회는 ‘다름’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아요. 타인과 생각이나 행동을 다르게 하는 것이 미국에서보다 사회적으로 불편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요. 반면, 교통이나 의료 시스템이나 보험 등 ‘생활 인프라’가 너무 잘 갖춰져 있어서 정말 편리해요. 특히, 세금 내는 것이 너무 쉬워서 놀랐어요. 우체국에서, 편의점에서, 심지어 스마트폰에서도 세금을 낼 수 있어요. 미국에서는 세금 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골치 아픈 일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한국은 선진적이에요.         

Q. 책에서도 그렇고 유튜브, 각종 방송에서 ‘박스’라는 표현을 사용해 우리 사회가 가진 한계를 지적한다. 우리 사회가 뚫고 나와야 할 ‘박스’들을 몇 가지 제시해준다면…  

이건 한국 분들도 답답해하시고 좋아하지 않는 점인데요. 한국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공식이 있는 것 같아요. 몇 살까지 어떤 교육을 받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애를 낳고… 그런 것이 정형화돼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것이 하나의 큰 ‘박스’라면, 이 박스가 만들어 낸 작은 ‘박스’ 하나가 더 있어요. 사회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고 싶은 것들, 표현하고 싶은 것들,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자꾸 의심하는 거죠. ‘이것을 했다가 비난받으면 어쩌지?’ 지레 겁을 먹어요. 심지어 부당한 상황인데도 말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죠. 저도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해봤지만 특히 직장에서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요. ‘이 말을 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그 말을 아직 한 번 꺼내 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생각부터 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제가 한국 회사들을 컨설팅하며 느낀 것이지만 경영자들은 오히려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해요. 그런데도 애초에 이런 정보가 밑에서 올라올 수 없는 시스템인 거죠.    

Q. 영어가 아닌 한글로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펴냈다. 영어에 관한 책이 아니라 환경에 관한 책이다. 외국어로 책 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워낙 바쁜 와중에 짬을 내서 책을 쓰다 보니 정말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앉아서 일일이 타이핑했는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더라고요. 저에게는 말하는 것보다 쓰는 일이 더 힘들었어요. 그래서 생각을 바꿔서, 제 말을 녹음했어요. 다 녹음해서 그것을 글로 옮기고, 다시 정리하고 편집했어요. 책에 담긴 글이 다행히도 많지는 않아서 다 쓰는 데 6~7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Q. 8개 국어 가능자라고 들었는데, 모든 언어로 책을 쓸 수 있는지… 외국어 잘하는 비결이 있다면? 

정말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언어는 영어, 한국어, 불어이고, 나머지 언어들은 어떤 것은 읽기만 되고, 어떤 것은 대화만 되고 하는 식이에요. (웃음) 모든 언어로 책을 쓸 수 있진 않아요. 외국어를 잘하는 비결이라면… 일단 ‘시험’이 목적이 돼서는 안 돼요. 혹자는 시험공부를 하다 보면 외국어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정 시험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 외국어를 잘하지는 못해요. 오히려 시험공부가 외국어 습득에 독이 될 수 있어요. 외국어를 받아들이는 잘못된 습관이 생겨버리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외국어를 잘 배울 수 있는 특정 나이대가 있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명백한 가짜뉴스예요. 확실히 어린 아이일수록 외국어를 잘 습득하기는 하는데 그건 나이대별로 뇌가 달라서가 아니라, 성인이 될수록 외국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특정한 방식으로 굳어지기 때문이에요. 언어학자들은 언어습득을 위해서 단순히 ‘깨달음’의 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아! 그게 그거였구나’ 하는 순간들이 많아야 한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불편해져야 해요. 어떤 단어나 문장을 보고 바로 사전이나 해설을 찾아보지 말고 추측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가령 드라마를 볼 때도 자막을 꺼놓고 보고, 모르는 표현은 오랫동안 고민해봐야 해요. 언어는 ‘깨닫는 순간’이 필요해요.            

[사진= 최현식 PD]

Q.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우리가 바뀌지 않는 한 인류는 기후위기로 인해 곧 멸망한다는 위기의식을 기초로 쓰였다. 책에는 환경 파괴가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고 있다는 수많은 지표가 나오는데,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을 움직인 지표는 무엇이었나?

여러 가지 지표들이 모두 끔찍한 미래를 예견하지만, 정말 마음에 와닿는 건 경제적인 지표였어요. 예를 들어 WWF에서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인해 매년 세계총생산 중 최소 4,790억 달러(1달러당 1,200원의 환율 적용 시 한화로 약 575조), 2050년까지 누적 9조8,600억 달러(약 1경 1,800조원)의 손실이 발생해요. 또한, 향후 30년간 지금과 같이 자원을 소비할 경우 한국에 예상되는 GDP 손실액은 최소 12조원이에요. 국가 경제가 기후위기 문제로 인해 어려워지면 ‘과연 30년 후에 은퇴하고 병원에 가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을까?’ ‘아니, 내가 다니는 직장은 온전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무엇보다 경제적인 수치를 보면 지금은 움직여야 할 때라는 마음이 생겨요.    

Q. 유난히 길었던 올해 장마와 계속 더워져만 가는 여름, 더 강한 태풍 역시 기후위기의 증거인가? 

이번 장마가 긴 장마인 동시에 독특하게도 마른장마(다른 해보다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적은 장마)라고 해요. 큰비가 집중적으로 내려서 인명피해까지 있었는데 올해 강우량이 전년 대비 줄었다는 의미예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기후위기의 영향이에요. 한국에 10년 동안 살면서 여름은 점점 더 더워지기만 했어요. 태풍 또한 강력해지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죠. 이런 변화들 역시 전부 기후위기의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 지표를 보면 한국도 여느 선진국들 못지않게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한국이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환경 리더십의 기회를 취할 수 있다고… 

지구의 재생능력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생산하고 소비하면 인류는 영원히 이 땅에서 살 수 있어요. 지구는 끊임없이 재생하거든요. 그러나 전 세계 경제는 아직도 구시대적이고 단순해요. 땅 파서 무언가를 만들고 버리고, 지구가 더 이상 재생할 수 없을 때까지 그렇게 하는 거죠.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번영은 지구와는 맞지 않아요. 
순환경제(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로의 전환이 지금까지 어느 국가에서도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만약 한국이 그 전환에 성공한다면 세계적으로 주도권을 쥘 수 있어요. 코로나19 위기 때 세계가 한국을 따라 한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순환경제 모델을 돈을 내고 사가야 하는 거죠. 앞으로 기후위기 문제가 계속 이슈가 되고 더 심각해질 텐데 그런 리더십을 취할 수 있다면 한국에는 큰 이득이죠.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필연이에요. 다른 나라가 먼저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따라갈 것이냐, 먼저 움직일 것이냐죠.         

Q. “분리수거, 분리배출, 전기를 아껴 쓰는 것”이 기본이지만 충분치 않다며 ‘지구를 위해 실천해야 할 열 가지’를 제시했다. 이 열 가지를 매일 실천하고 있는지?

매일 완벽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어떤 상품이 친환경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두유를 산다면 FSC 인증이 찍혀 있는 두유를 사는 거죠. 레인포레스트(rain forest alliance, 열대우림동맹) 인증도 있고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해양관리협의회) 인증도 있고… 이러한 친환경 인증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환경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어요. 인증받은 상품을 사면 곧 환경을 위하는 기업을 우리가 응원하는 거죠. 어떤 인증이 좋은 인증이냐 아니냐를 따질 단계는 아직 아닌 것 같아요. 이런 인증을 확인하는 습관을 먼저 들여야 해요. 어쨌든 인증이 있는 건 없는 것보다 더 나으니까요.  

Q. 책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소비자 불매운동이다. 그런데 소비자는 이런 기업들과 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잘 알기 힘들다. 소비자 불매운동을 위해서는 적절한 정보가 주어져야 할 것 같은데… 

일단 불매운동을 강조한 것은 온실가스의 주생산자인 기업들을 친환경의 길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소비자들이 사주지 않으면 기업은 노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어요. 또한,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여러 불매운동이 일어났는데요. 불매운동으로 인해 기업이나 국가가 바뀌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어요. 예를 들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 기업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어도 한국에서는 어떤 정치적·문화적인 변화가 있었죠. 마찬가지로 환경을 해치는 기업을 불매운동 하면 자연히 사람들 마음속에서는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성장할 거예요.
어떤 기업이 환경을 해치는지에 대한 정보는 사실상 소비자가 잘 알기는 힘들어요. 정부가 상품마다 탄소 배출량 표시를 의무화하게 할 수도 있지만 아직 그 단계는 아니고, 결국 소비자가 어떤 상품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는지를 따지는 게 중요할 듯싶어요.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상품을 하나라도 내놓는 기업은 그래도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친환경 여부를 가장 따져야 할 업계에 대한 정보는 있어요. WWF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업계는 축산·에너지·교통업계예요. 이와 관련된 회사 쪽에 더 관심을 두는 게 좋죠.    

[사진= 최현식 PD]

Q. 양고기나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는 것이 환경을 위한 일이고, 종이봉투는 그냥 버려서는 안 되며, 나무를 심기보다 바다와 표범을 보호하는 것이 낫다는 등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많이 알게 됐다. 이런 정보들을 더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보다 ‘시스템적인 사고’가 중요해요. 예를 들면 지금 제 앞에 있는 아이스 라테를 봤을 때 그냥 ‘라테다’하고 끝나면 안 돼요. 아이스 라테가 담겨 있는 유리컵, 라테에 꽂혀있는 플라스틱 빨대, 커피콩, 우유 등이 제 손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해요. ‘아,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목장이 있어야 하고, 소가 있어야 하고, 소의 사료가 있어야 하고, 사료는 옥수수고, 이 옥수수는 원래 산림이었던 지역을 파괴해서 생산됐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해요.   

Q. “내 꿈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라며 책을 시작했고 돈을 받지 않고 WWF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되는가?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통제할 수는 없잖아요. (웃음)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조건’을 내세울 수는 있겠죠. 예를 들어 제가 FSC 인증을 받는 것이 가능한 출판사를 통해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출간한 것처럼요. 이러한 ‘조건’들이 어떤 것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가령 지금 운영하는 회사와 계약하는 업체들에는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온라인 계약만 하게끔 하는 조건을 내세울 수 있겠죠. 실천 가능한 ‘조건’들을 통해 환경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기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일단은 저의 목표입니다. 변화를 원하면 요구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Q.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멸종』부터 박완서의 『그 많던 상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까지. 『두 번째 지구는 없다』에서 적지 않은 책을 인용했다. 평소 책을 즐겨 읽는지? 

어렸을 때는 책을 참 많이 봤어요. 그때 책을 읽는 습관이 형성된 것 같아요. 제가 초등학교 때는 권장도서 몇권을 읽으면 아이스크림 케이크, 초콜릿 같은 것을 주는 제도가 있었거든요. ‘열권 읽으면 초콜릿, 스무권 읽으면 케이크’ 하는 식이죠. 장르가 다양한 권장도서 목록이 100권 정도 있는데, 이 중에서 골라 읽고 두 단락 정도의 독후감을 남기면 됐어요.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먹고 싶어서 책을 많이 읽었죠. (웃음) 제가 알기론 미국 버몬트주의 초등학교들에서는 대부분 학생에게 그런 식으로 독서 인센티브를 줘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책을 싫어하지 않게 되는 거예요. 운 좋게 좋은 작품을 만나서 책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지만 독서는 사실 학생들에게 ‘해야만 하는’ 일로 여겨지거든요.          

Q. 특별히 좋아했던 책이 있다면…

좋아했던 책이 참 많았는데… 고등학교 때 특히 많이 읽었어요. 벨기에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정말 좋아해요. 특히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과 『두려움과 떨림』을 좋아해요. 작가의 부모님이 외교관이어서 어릴 때 일본에서 살다가, 다시 성인이 돼서 일본 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들이에요. 첫 번째 책은 태어날 때부터 세 살 때까지 이야기, 두 번째 책은 성인이 된 후 다시 일본에 간 이야기에요. 두권은 모두 자서전인 듯 보이지만 소설이에요. 노통브의 소설들은 항상 그것이 실제 일어난 일인 것처럼 읽히다가도 어딘가에서 살짝 틀어지고, 억지스럽지 않게 반전이 되는데 그때의 쾌감이 대단해요.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의 첫 몇 페이지를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사람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너무나 대단한 문장들이었어요. 정말 추천해요. 두 책은 꼭 순서대로 읽으셔야 해요.

Q.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 몇 권 추천 부탁한다.

요즘 기후 관련 책이 쏟아지는데요. 환경 도서에도 장르가 있어서, 경각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는 책이 있고, 정말 지구과학적인 책이 있고, 정책적인 이야기를 하는 책이 있어요. 그런데 기후위기에 대해 ‘헐 무섭다’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면 경각심을 느끼게 하는 책을 읽을 것을 권해요. 정말 심각하니까요. 제가 가장 충격적이라고 생각했던 책은 『6도의 멸종』이었지만, 요즘에 많은 분들이 『2050년 거주불능 지구』를 추천하더라고요. 그런데 가장 좋은 환경 도서가 아직 한국말로 번역이 안 됐어요. Joseph Romm의 『Climate Change』예요. 이 책은 환경 문제를 사람의 생계와 연결해서 정말 명확하게 설명해요. 어떤 기업들이 환경 문제를 알고도 일부러 무시했는지도 담겨 있어요. 기사가 나가면 이 책이 번역될 수도 있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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