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웃다 보면 가슴 짠해지는 여행기 『40일간의 남미 일주』
[포토인북] 웃다 보면 가슴 짠해지는 여행기 『40일간의 남미 일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8.30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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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문학계의 예능인'으로 통하며 적잖은 마니아층을 보유한 최민석 소설가의 에세이다. 주된 내용은 2019년 7월 2일부터 8월 11일까지 멕시코부터 콜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종횡무진한 여섯 국가 여행기. 주옥같은 에피소드들을 41회차의 일지로 엮고, 직접 찍은 사진 113장을 더해 독보적인 웃음코드를 선사한다. 

[사진=도서출판 해냄]

뜬금없이 진지해져서 미안하지만, 사실 로마 노르테의 중산층이 세탁 스트레스를 받았다 쳐도, 그들이 인상을 쓴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근원적으로는 그런 세부적인 삶의 스트레스를 알고 있음에도 그곳을 차마 떠날 수 없는 자신의 상황 때문일 것이다. 근원적으로 그런 세부적인 삶의 스트레스를 알고 있음에도, 그곳을 차마 떠날 수 없는 자신의 상황 때문일 것이다. (중략) 서울을 떠나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간단히 떠날 수 없는 게 바로 우리의 삶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나는 여행을 다니는지 모르겠다. 내가 관광지라 불리는 곳에 별로 안 가는 이유는 청년 시절에 많은 곳을 다녀본 후 결국은 비슷하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대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나도 모르는 마음 한구석에 '서울 이외에서의 삶을 짧게나마 체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76~77쪽> 

[사진=도서출판 해냄]

차 안에는 50대 중후반의 여성 기사가 탑승해 있었다. 이 기사를 나는 '교수님'이라 부르기로 했는데, 왜냐하면 내가 스페인어를 하기만 하면 틀린 문법을 바로 지적하고 고쳐주고, 따라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속도를 높이더라도, 길이 막히더라도, 급회전하더라도, 원심력으로 차가 한쪽으로 쏠리더라도, "노노! 노 꼬렉또(아냐, 아냐, 맞지 않아)!"하며 내 문장을 고쳐줬다. 조심스레 '운전기사가 아니라, 편집자를 하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여쭤보고 싶었지만, 그 표현마저 지적당할까 싶어 묵묵히 있었다. <139쪽> 

[사진=도서출판 해냄]

페루를 대충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겠다. 한편에선 소매치기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한편에선 길에 떨어진 지갑을 돌려주려고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또 어딘가에선 내게 '제발 조심하라' 하며 염려해주는 이가 있고, 또 어딘가엔 '공동체를 위해 각성해, 함꼐 미래를 준비하자"라며 외치는 이가 있다. <215쪽>

[사진=도서출판 해냄]

남미 국가 대부분은 오랜 기간 백인의 지배를 받으며, 인디오가 거의 멸종했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원주민들을 가혹하게 학대했고, 무엇보다 정복자들을 통해 퍼진 홍역과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이 원주민들에겐 없었다. 정작 미국에 '네이티브 아메리칸'이 거의 없듯,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도 인디오들은 보기 어려워질만큼 멸종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정복자들은 아프리카에서 배로 흑인 노예들을 실어왔다. 그 후손이 강하게 뿌리내린 국가들이 카리브해 연안에선 쿠바·도미니카 공화국·아이티 등이고, 남미에선 브라질이고, 반대로 그 후손의 자취가 거의 사라져버린 나라는 아르헨티나다. <227쪽>


『40일간의 남미 일주』
최민석 지음 | 해냄출판사 펴냄│420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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