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독서 생활] 윤승일 고즈넉이엔티 이사 “세계적 OSMU 콘텐츠 작가 발굴할 것”
[슬기로운 독서 생활] 윤승일 고즈넉이엔티 이사 “세계적 OSMU 콘텐츠 작가 발굴할 것”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8.28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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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까이하는 애서가(愛書家)는 타고나는 걸까요? 만들어지는 걸까요? 아마 어떤 계기를 통해 빠르게 혹은 서서히 독서의 재미를 알아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애서가는 어떻게 책과 인연을 맺고, 관계를 쌓고, 우정을 맺어 왔는지. 그 긴 여정을 책을 쓰는 작가부터, 책을 짓는 출판편집자, 널리 알리는 북튜버, 최종 소비하는 독자까지, 여러 입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 주]
[사진=안경선 PD]
윤승일 고즈넉이엔티 이사. [사진=안경선 PD]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지금까지 이런 출판사는 없었다. 이것은 출판사인가 엔터테인먼트인가.” 

대개 출판사는 작가의 ‘완성된 글’을 받아 책으로 출간한다. 출판사가 작가에게 원고를 청탁했든, 작가가 출판사에 출간을 의뢰했든 출판의 전제 조건은 완성된 글이며 그 글이 완성되기까지 작가는 외로운 싸움을 견뎌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즈넉이엔티는 조금 특별하다. 가능성 있는 작가를 발굴해 ‘창작의 고통’을 나누며 함께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일반 출판사에서 이뤄지는 교열교정, 첨삭 수준이 아니라 작품 기획단계부터 깊이 관여해 ‘OSMU’(one source multi use: 하나의 콘텐츠로 여러 변형 콘텐츠 생산)가 가능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이는 고즈넉이엔티가 출판사이면서 엔터테인먼트로도 평가받는 이유다.

현재 고즈넉이엔티의 협력 작가는 100여 명에 이르며 보유한 작품 수는 100편이 넘는다. 그중 30편은 영화·드라마·웹툰·뮤지컬 제작 등의 IP 계약이 이뤄졌고, 지난 6월에는 고즈넉이엔티에서 출간한 『행복배틀』(주영하 작가)의 드라마 제작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제작을 맡은 건 인기 드라마 <SKY캐슬>을 제작한 HB엔터테인먼트.  

출판사의 외형을 지녔지만, 엔터테인먼트의 DNA를 지닌 고즈넉이엔티의 윤승일 이사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안경선 PD]

Q. 정감 어린 우리말과 영어의 조합인 ‘고즈넉이엔티’란 이름이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어떤 의미로 어떻게 만들어졌나?

A. 콘텐츠를 가장 잘 흡수할 수 있는 상태를 고즈넉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영화관처럼 고요하고 아늑하면서 잠잠한... 관객이 영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건데 우리도 독자가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뜻에서 고즈넉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여기에 역동적인 뉘앙스의 엔터테인먼트(이엔티)를 결합했는데, 이는 다양한 콘텐츠 소비 수요를 만족시키는 작품을 개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책 출판의 형태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형태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고즈넉이엔티의 정체성이다. 출판사이자 엔터테인먼트인 거다.

Q. 주로 스릴러물을 많이 다룬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스릴러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장르로, 문화 차이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그런 범용성 때문에 스릴러물을 많이 다루고 있다.

Q. 작품 집필 단계부터 OSMU(영화·드라마·웹툰 등)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것으로 안다. 작가 발굴 및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A. 고즈넉이엔티는 책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데, 개발 전 과정을 작가와 함께한다. 기획부터 완성 단계까지 지속적인 프로듀싱이 이뤄지는 거다. 작가마다 전담 직원이 붙어 국내·해외 OSMU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데, 작품이 완성되고 나면 “내 작품 속 캐릭터가 이렇게 풍성하게 변모할지 몰랐다”고 감탄하는 작가가 적지 않다. 고즈넉이엔티 직원들은 단순히 글을 정리하고 편집하는 에디터가 아니라 새롭게 창조하는 크리에이터라는 점에서 명함 직함에도 편집자가 아니라 프로듀서로 기재한다. 작가가 상상력의 숲을 탐험하며 새로운 길을 만드는 여행가라면 우리는 작가의 짐을 나눠서 지는 길동무다.

[사진=안경선 PD]

Q. 고즈넉이엔티가 여타 출판사와 크게 구분되는 점이 있다면?

A. 대부분의 출판사는 작가의 완성된 글을 받아 출간하는데, 글이 나오는 과정에서 출판사는 작가에게 별다른 조력을 제공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건 전적으로 작가의 몫이고 일단 글이 나와야 출판사에 역할이 부여된다. 외서(外書) 번역 출간을 위주로 하면 출판사의 역할은 더 줄어들게 된다. 이건, 솔직히 말해 게으른 작가 개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가 (글이 나오기까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린 (공모전을 통해) A4 네다섯 장 분량만 보고도 작품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계약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통상 작품이 나오기까지 수십 차례 원고가 오고 가는데, 이건 작가나 출판사 입장에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다.

Q. 그런 방식을 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과거 국내 소설 출판계에선 외국에서 수입한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자주 올랐고, 그럴수록 출판사는 더 많은 외서를 들여와 시장에 내놓는 편집자 위주의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문학 전문 출판사의 경우 외서를 빼고는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관행이 수십 년간 지속되면서 소설 출판계가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데 소홀했던 건 뼈아픈 실책이다. 크리에이터가 없는 소설 출판계는 대부분 외서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고, 국내 작가들은 오랜 기간 홈그라운드를 빼앗긴 후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Q. 고즈넉이엔티가 국내에서 유일한 모델인가? 유사 모델은 없나?

A. 교보문고스토리, 안전가옥, 아작 등 몇몇 유사 모델이 있긴 하다. 다만 외서를 취급하지 않고 오로지 국내 도서로만 100편이 넘는 장편소설을 개발한 출판사는 고즈넉이엔티가 유일하다.

Q. 노력이 좋은 성과로 열매를 맺고 있는지?

A. 해외로 수출된 작품이 최근 3년간 십오종이 넘는다. 미국, 프랑스,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책 외에 다양한 콘텐츠 형태로 수출됐다. 『청계산장의 재판』은 미국에 드라마로, 『아빠가 된 아이돌』은 중국에 오디오북으로, 『치정』과 『별안간 아씨』는 미국과 동남아시아에 웹툰으로 수출됐다. 프랑스에는 한 출판사가 스릴러 작품 네 편의 판권을 인수해갔다. 『시스터』는 이례적으로 일본에 수출됐다. 그간 우리나라는 이 분야의 소설을 일본에서 수입만 해왔기에 희귀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일본 미스터리 작가 미야베 미유키 평론가는 “한국에서 온 수준 높은 스릴러 소설”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앞서 일본에 수출된 조남주, 정유정 작가의 작품이 작가 인지도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두온 작가의 『시스터』는 순전히 작품성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처럼 해외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이래 지난해부터 그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Q. 작가를 발굴하기도 하지만, 직접 양성하기도 하는데, 어떤 과정을 통해 작가가 양성되고 있는지.

A.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서울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진흥책이 큰 동력이 됐다. 해당 기관이 행사(공모전)를 주최하면 우리가 실무를 맡았는데, 이를 통해 많은 작가를 만날 수 있었고, 작가 개발 능력도 향상할 수 있었다. 『현장검증』 『피터래빗 죽이기』 『먹고 마시고 자라』 『밀주』 등 여러 작품이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해 영화와 드라마 제작 계약까지 체결했다.

최근에는 자체 공모전도 병행하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 영상·웹툰 제작사와 공동 진행하면서 역량 있는 작가가 발굴·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밀리의 서재와 진행한 ‘케이스릴러 작가공모전’의 당선작 『행복배틀』은 현재 드라마화가 이뤄지고 있고 『깨어나지 말 걸 그랬어』는 KOCCA 콘텐츠 IP 비즈매칭 행사에서 피칭작(소개 기회가 주어진 작품)으로 선정됐다. 또 『비행엄마』와 『사라진 나라의 아이들』은 부산국제영화제 ACFM E-IP 마켓 피칭작으로 선정됐다. 올해는 웹툰 제작사 투유드림, 위지윅스튜디오와 함께 ‘데스게임 소설, 웹소설 공모전’을 개최하는데, 다른 영상 제작사와 플랫폼도 참여할 예정이다.

Q. 서점, 월정액 전자책 서비스 업체 등 여러 유통채널과 협력하고 있다. 최근 경향, 기억에 남는 협력 사례가 있는지?

A. 콘텐츠 시장은 갈수록 플랫폼의 독점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소위 ‘오리지널 콘텐츠’ 타이틀을 달기 위해 많은 플랫폼이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밀리의 서재와 진행한 ‘케이스릴러 작가공모전’이 기억에 남는다.

우선 ‘케이스릴러 작가공모전’은 기존 소설 공모전의 관습적인 작품 선정 방식을 벗어던졌다. 거의 제로 베이스에서 세네 장 정도의 시놉시스만 보고 작가를 선정해 프로듀싱을 통해 작품을 개발하는 이전에 없던 놀라운 방식이었다. 밀리의 서재는 새로운 작가의 출현을 작가에게만 맡기지 않고, 그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집필지원금+코칭비용 지원)했다. 새로운 작가 발굴의 모범이 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좋은 소설 작가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Q. 스릴러 외에 다양한 장르의 웹소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배경과 기대하는 효과가 궁금하다.

A. 해를 거듭할수록 웹소설은 폭발적 아이디어를 내뿜으며 가공할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부응해 여성/남성향 웹소설 레이블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향 웹소설 레이블 ‘블랙피치’를 통해선 로맨스를 비롯해 로판(로맨스판타지), BL(Boys Love: 게이물)을 다루고, 남성향 웹소설 레이블 ‘나인월드’를 통해선 판타지, 무협, 현판(현대판타지)뿐만 아니라 데스게임(목숨을 건 서바이벌)과 같은 새로운 장르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이 두 레이블의 공통점은 모두 웹툰, 영화, 드라마로의 확장성을 노린다는 거다. 이후 고즈넉이엔티의 강점이 웹소설과 결합해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킬지 지켜봐 달라.

Q. 장르문학을 주로 다루고 있다. 과거 장르문학은 B급 문학으로 폄하됐으나 최근 위상이 많이 높아졌는데, 실제로 그런 변화가 감지되는지.

A. 사실 B급 문학이란 담론은 주류 문단에서 차별화한 관점의 용어였지만, 문단이 주류가 아닌 현 시점에서 이런 담론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소수의 굵직한 문단 작가 위주로 굴러가던 소설 시장은 거의 막을 내리고 있다. 작가는 수시로 출현하고, 지면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활동한다. 경험에 의존하는 대신 철저하게 상상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경향에 맞게 여러 작가에게 프로듀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계속해서 좋은 소설 작품 발굴에 힘쓸 예정이다. 해외 영상, 공연 작품들은 원작 소설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영상화가 가능한 작품이 그만큼 적다는 말이다. 최근 <기생충>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영화가 많아져서 그런지 해외 출판·영상 관계자들을 만나면 그들이 지닌 한국 소설 시장에 대한 환상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영화, 드라마, 웹툰 등이 유명한 만큼 한국 원작 소설 시장도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하더라. 이후에는 그들에게 “(당신들의 생각대로) 정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도록 실속있는 내용을 만들 계획이다.

사실 이미 세계의 독자를 의식하며 작품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도서, 전자책, 웹소설 등 30개 이상의 IP를 세상에 선보일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50개 이상의 IP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웹툰, 영상 제작사들과 어떻게 협력할지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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