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위험하고 극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
[포토인북] 위험하고 극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8.26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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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너는 여자고, 여성문제에 대한 사진을 찍고 싶어하잖아. 지금 아프가니스탄에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거의 없어. 네가 가야해"

여성종군기자이자 퓰리처상 국제보도 부문 수상자인 저자는 2000년 봄,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취재하면서 이슬람 교리에 억압받으며 일하거나 공부할 수 없었던 현지 여성들의 존엄성을 자각하며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사진을 남겼다. 이를 계기로 그는 본격적으로 전쟁지역의 여성과 민간인의 인권에 주목하게 됐고, 이후 이라크, 수단, 콩코, 레바논 등 전세계 전쟁현장을 누비며 안타까운 참상을 사진에 담았다. 여성의 몸으로, 때론 임신한 몸으로 전쟁터를 누비는 데 제약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지금 이 순간에 최전방 어디간의 시간을 찍고 있다. 그는 말한다, "나는 일을 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가장 나다운 모습이 된다. 이것이 나의 일이다. 물론 다른 형태의 행복도 많겠지만, 이것이 나의 행복이다."

카불의 여성병원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고 있다. 2000년 5월.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카불의 여성병원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고 있다. 2000년 5월.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부르카를 쓰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죠." 이 여성들이 하는 말 한마디가 나를 놀라게 했다. 일할 수 없는 것이나 교육받을 수 없는 것 등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받은 그 모든 억압을 고려하고서야 그들의 가장 큰 불만이 부르카를 입는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지나치게 순진했음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부르카는 피상적인 장벽일뿐이었고 마음이 아닌 몸을 숨기기 위한 물리적 수단에 불과했다. 이 여성들은 또한 기회와 독립, 자유라는 특권을 누릴 수 있는 나의 삶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미국 여성인 나는 일을 하고, 결정을 내리고,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남자와 연애하고, 스스로를 섹시하다고 느끼고,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끝내고, 여행하는 등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누린 나머지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있었다. <102쪽>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스무 살 카힌도가 콩고 동부 북키부의 카냐바용가라는 마을에서 강간으로 태어난 두 아이와 함께 집에 앉아 있다. 카힌도는 본인이 르완다 병사들이라고 주장하는 여섯명의 인테라함웨에게 납치돼 거의 3년간 갇혀 있었다. 납치범들은 지속적으로 카힌도를 강간했으며, 카힌도는 첫아이를 숲속에서 낳았고 탈출했을 때쯤에는 두번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258쪽> 

비비안, 28세, 남키부 거주.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비비안, 28세, 남키부 거주.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비비안은 아이 셋을 낳았으나 아이들 중 한명을 영양실조 또는 에이즈, 아니면 두 가지 모두의 이유로 막 잃은 상태였다. 비비안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다가 겪은 어려움과 최근에 딸을 잃은 고통을 털어놓았다. 어떤 여성이 비비안에게 산길을 따라 카사바(탄수화물이 풍부한 열대지방의 구황작물) 가루를 운반하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고, 비비안은 바로 그 산 속에서 남자 세명을 만났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남자들은 3일 동안 비비안을 잡아놓고 여러 차례 강간했다. 먼 곳에 갔다가 돌아온 남편은 비비안이 납치돼 강간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녀를 버렸다. 그후 비비안은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됐으며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261~262쪽>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소말리아 아이들이 탈수와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여성에게 비스킷을 먹이려 하고 있다. 이 여성은 소말리아의 오랜 가뭄을 피해 케냐 국경을 넘은 후 이날 아침에 소말리아와 인접한 케냐 다다브의 난민캠프 환영센터에 도착했다. 약 40만명의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다다브는 세계 최대의 난민캠프다. 그 당시 이미 수용인원을 크게 초과해 물, 위생용품, 식량, 주거지와 같은 필수 자원이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유입되는 새로운 난민들과도 배급품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이곳 난민들의 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431쪽> 

『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
린지 아다리오 지음 |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펴냄│472쪽│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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