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라틴어 수업』
[책 속 명문장]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라틴어 수업』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8.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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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그때 저는 ‘기억’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죽어서 하늘에 갔을 때 신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를 판단할까?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몇 날 몇 시에 내가 저질렀던 인간적인 실수들과 교회가 말하는 죄를 읊으며 나를 판단할까?’ 하지만 저는 인간을 사랑하는 신이라면 제 기억을 기준으로 물어볼 것 같았습니다. 이 땅에서 용서하지 못하고 불편하게 품고 간 기억과 아픔들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생에서 삶의 기억을 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절실히 하게 됐습니다. 

“너희가 무엇이든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려 있을 것이다.” 마태오복음 18장 18절의 말씀입니다. 이런 성경구절을 읽으며 ‘내 기억을 정화시키자’고 결심했습니다. 나쁜 기억이라면 좋은 기억으로 정화시키고 좋은 기억이 없다면 좋은 기억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좋은 기억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결국 제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제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을 못 해서 나쁜 기억을 품고 가기보다, 차라리 그냥 하고 싶은 것을 충실히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Dilige et fae quod vis
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아우구스티누스의 『펠시아 사람들을 위한 요한 서간 강해』에 나오는 말입니다. 저는 사막에서의 경험을 통해 어떤 비난을 받든 중단했던 공부를 마치기로 결심했고, 다시 로마로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죽을 뻔했던 타클라마칸 사막 한복판에서 제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던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율리우스 캐사르의 이 말이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가라!”
우리 모두는 생을 시작하면서 삶이라는 주사위가 던져집니다. 어른들에게 물어보세요. 돌이켜보면 시간은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할 겁니다. 신에게도 물어보고 싶습니다. 제게 남은 시간은 얼마만큼이냐고요. 하지만 신은 침묵으로 답하겠죠. 누구도 자기 생의 남은 시간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그렇게 또박또박 살아갈밖에요.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보아야 합니다. 

나는 매일매일 충분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남은 생 동안 간절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두 가지를 하지 않고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틴어 수업』
한동일 지음│흐름출판 펴냄│31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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