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성패는 80년대생에게 달렸다
회사의 성패는 80년대생에게 달렸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8.2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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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관타나모 베이 미(美) 해군기지에서 해병대로 복무 중인 윌리엄 산티아고 일병은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외부에 군 내부 부조리 폭로를 일삼는 이른바 ‘관심사병’이다. 그런 그를 향해 네이선 제섭 대령(사령관)은 ‘코드레드’(Code Red: 비공식 구타 명령)를 지시하고, 병사들에게 폭행당하던 중에 산티아고는 목숨을 잃는다. 이후 재판에서 「해군복무지침서」에 관련 내용이 없다며 ‘코드레드’의 존재를 부인하는 가해 병사들에게 캐피 중위(해군 법무장교)는 “「해군복무지침서」에 식당 위치가 없는데 어떻게 밥을 먹느냐”고 따져 묻자 가해 병사는 “(식사) 시간이 되면 사람들을 따라간 것 같다”고 대답한다. 「해군복무지침서」에 없는 내용도 실제 군 생활에선 발생할 수 있다는 해당 진술이 ‘코드레드’ 존재 입증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가해자들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 영화 <어 퓨 굿맨>(1992)의 내용이다. 

꼭 위법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회사 내에는 여러 코드레드가 존재한다. 근로 규정집은 물론 그 어떤 서류에도 공식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실제로는 존재하는 부정적 사내 문화. 그런 사내 문화를 수용하는 태도는 일반적으로 직급에 따라 다른데, 그 간극을 조절해야 하는 중간관리자의 노고가 적지 않다.

(1960~1970년대생) 임원의 경우 대체로 ‘효율’을 강요받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개인보다는 조직, 과정보다는 결과, 다양성보다는 효율성에 더 큰 가치를 매겼다. 자발적인 선택이었다기보다는 조직문화가 그럴 수밖에 없는, 개인의 의견이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 탓이 컸다. 반면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인 1990년대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개인 의견을 밝히는데 거침이 없고, 납득되지 않는 일은 좀처럼 수용하지 않는다. 60~70년대생에게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노래 ‘DOC와 춤을’ 中)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면 90년대생에겐 ‘왜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인 것.

이와 관련해 책 『낀 팀장의 일센스』의 저자 한상아는 “90년대생은 자신의 개성과 견해를 드러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회사 제도, 다짜고짜 반말을 하며 무시하는 선배, 목적과 시간 개념이 부재한 구닥다리 회의 방식,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상사의 행동 등에 대해 직장인 익명 앱으로 거침없이 의견을 나누고 재직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며 “이해할 수 없는 규율과 불합리한 법칙에 의문을 품고도 압도적인 환경에 눌려 조직 내 생리를 순순히 따르던 80년대생에게 거침없이 솔직한 그들의 모습은 조금 낯설다”고 이야기한다.

이어 “80년대생의 마음속에는 변화를 위한 갈망이 있었지만, 시대와 환경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반대로 90년대생들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환경을 만났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만한 조직 내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아날로그, 디지털 문화 모두에 익숙하고 이미 10여년의 직장생활을 한 80년대생 중간관리자들은 기성세대가 쌓아온 조직문화를 이해하면서도 상사들과 큰 갈등 없이 지낼 수 있는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다. 기존 조직문화의 타성에 젖어 ‘젊은 꼰대’로 살아갈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후배들과 든든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조직문화 변화에 있어 80년대생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젊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비폭력대화센터를 설립한 마셜 로젠버그는 ‘비폭력 대화’(관찰→느낌→욕구→부탁)를 해답으로 제시한다. 평가(주관적 인식)를 제외한 관찰(객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욕구를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부탁을 전하라는 것. 이를테면 회의 때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후배가 (주관적 관점에서) 버릇없게 느껴진다면 후배의 반대 의견과 관련해 타당한 이유를 제시받아 이를 통해 좋은 결과를 마련하고 싶은 욕구를 발견하고, 그런 요구를 강요(어길 시에 비난이나 처벌하겠다고 엄포)하지 말고 부탁하라는 말이다.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기 원하는 ‘고맥락 문화’도 조심할 대목이다. 고맥락 문화는 굳이 생각을 전하지 않아도 알아서 분위기를 파악해 따르는 문화로 (기업 저마다의) 야근, 주말 근무, 상사의 개인적 스타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된 이유는 ‘지식의 저주’인 경우가 많은데, 다른 사람도 내 생각과 같을 것이라는 착각에 따라 인식의 왜곡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상급자 입장에서 ‘회사 사정이 이런데 당연히 (무급으로) 야근/주말 근무해주겠지’ ‘(객관적인 완성도 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결과물을 만들어 오겠지’와 같은. 이때 양쪽 모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중간관리자가 중재에 나선다면 불필요한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그 중재가 쉬운 것은 아니다. “선배(중간관리자)는 물어본 것만 조언하고 꼰대는 물어보지 않은 것도 조언한다”는 말처럼 후배에게 요청하지 않은 조언을 건넸다간 꼰대 취급을 받을 수 있고 “무능한 중간관리자는 물어본 것만 보고하지만, 유능한 관리자는 물어보지 않은 것도 보고한다”는 말처럼 상급자에게 소극적으로 보고했다가는 자칫 무능한 인물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때는 지금보다 더 힘들었어. 그러니 알아서 잘하자’라는 지적질이나 ‘무조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

이때는 ‘AAR’(After Action Review: ▲업무를 통해 기대하는 결과 ▲업무를 통해 실제로 얻은 것 ▲그 차이와 원인 ▲앞으로 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 기법에 기반한 생생한 조언과 보고를 전하면 다수를 만족시킬 확률이 높다.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는 코드레드. 결정권자가 인지하고 혁파하면 가장 좋겠으나, 그럴 수 없는 대다수 상황에서 ‘조정’의 막중한 임무가 중간관리자에게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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