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역사상 최초로 약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기원전 3,200년경에 살았다는 고대 중국의 신 신농(神農)이라고 한다. 신농은 세상의 모든 식물을 몸소 먹어 본 후 먹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 인류에게 가르쳐 주었다고 전해지는, 인간의 몸에 소 같은 뿔이 난 머리를 가진 전설 속 인물이다. 그의 이름이 붙은 기원전 200년경의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은 약재를 365가지로 분류해, 그중 120가지는 해가 없고, 120가지는 약간 독성이 있으며, 나머지 125가지는 독성이 심해 장기 복용에 적합하지 않다고 기록했다.<23쪽>
지금은 바뀌었지만, 2013년 이전 우리나라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의사협회의 로고는 날개가 달린 2마리의 뱀이 지팡이를 감고 올라가는 모양이었다. 미국 육군과 그 영향을 받은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의 군의 마크도 이 도안을 채택하고 있다. 이와는 다르게 미국의사협회 로고는 뱀 한 마리가 지팡이를 감은 모양새로, 세계 보건 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역시 마찬가지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이 두 의료적 상징은 모두 그리스 신화에서 기원하는 것이다.<59쪽>
‘서양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인물이나 생애에 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그가 기원전 460년 그리스 코스 섬에서 태어났으며, 의사였던 아버지를 비롯한 같은 학파의 의사, 소피스트, 철학자들에게 교육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플라톤이 “의학도를 전문적으로 훈련시키는 사람”으로 소개한 그는 젊어서 아케도니아 왕의 병을 알아맞힌 일을 계기로 유명해지자 그리스 전국을 방랑하며 일생을 보낸 개업 의사였다.<101쪽>
메소포타미아 문명 연구의 주요 수단인 쐐기 문자 점토판은 당시 의학에 관해서도 새로운 사실들을 알려 주고 있다. 예를 들면 1849년 니네베에서 발견된 아시리아 왕국의 도서관 유적에서는 3만 개가 넘는 점토판이 발견됐는데 그중 800여 개가 의학 관련이었다. 지금의 바빌로니아 의학에 관한 지식은 대부분 여기를 비롯해 바빌론, 마리 등지의 폐허에서 발굴된 점토판에서 밝혀진 것이다.<215쪽>
『위대한 의학사』
이재담 지음│사이언스북스 펴냄│356쪽│2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