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어웨이(Turnaway)’는 ‘거절하다’라는 뜻이다. 이 책의 제목이 뜻하는 턴어웨이는 임신중지를 하지 못해 병원에서 ‘거부당한’ 여성들뿐만 아니라 엄마가 될 여성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를 낳길 강요하는 사회를 은유한다. 저자는 책에서 임신중지를 한 여성이 통념과는 달리 이후 더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하며, 윤택한 생활을 한다는 것을 구체적인 통계 자료로 논증한다. 이 책에 대해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 책은 임신중지가 여성의 건강과 안녕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임신중지를 거절당하는 것이 경제적‧

충청남도 공주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충청의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조선을 강점한 일본이 공주가 아닌 대전에 철도를 설치하면서 충청지역 근대화의 중심지는 대전으로 옮겨갔다. 그래도 공주에는 신작로와 신식 건물이 들어서고, 신식 교육을 받은 새로운 사람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근대화의 직접적인 덕을 보지 못한 공주가 어떻게 근대를 맞이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살핀다. 저자는 “한국의 근대는 자랑스러운 시간만은 아니다. 공주의 근대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와서 지금의 한국이 있고 지금의 공주가 있다”며 “

요즘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사회주의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선한 자본주의’를 추구했던 미국에서, 그것도 젊은이들이 사회주의에 열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1988년생이다. 그는 2015년 학자금 대출이 15만 달러가 있는 스물여섯 살 사회학과 박사과정에 있을 때, 좌파주의에 대한 잡지 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어쩌다가 ‘시화주의자 같은 것’이 되었는지, 왜 청년들이 점점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등을 돌리고 있는지 명쾌하게 풀어낸다.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가난한 세대라고 불리

공공미술(public art)이란 공공의 장소에 놓이는 미술로, 시민들과 지역사회를 위해서 제작된다. 쉽게 말해 ‘거리 위의 미술’이 바로 공공미술이다. 이 책은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인 공공미술의 역사와 미학적 가치 등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저자는 현재 국민일보 문화전문기자로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미술평론(필명 손정)으로 등단한 미술평론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광화문, 인천공항, 녹사평역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이 공공미술에 대해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

201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오선영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발표한 일곱편의 작품을 엮은 이번 소설집은 부산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서울’이 아닌 ‘인부산’을 하고 싶어 하는 공시생, 지역작가로 불리며 자비출판의 씁쓸함을 견디는 소설가, 부산에 살면서도 해운대 한번 놀러 가기 어려운 사회 초년생 등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작가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삶 속에 담긴 아

고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파주 지역사를 다룬 책. 파주는 북한과 밀접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파주와 DMZ를 연관지어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분단되기 전 파주는 개성의 인삼과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는 서울의 ‘문’과 같은 곳이었다. 즉, 우리는 파주를 볼 때 분단사적인 관점 외에도 온갖 무역이 이뤄졌던 역동적 공간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판문점 안 낯선 추모비의 정체와 DMZ 안에 지어질 수밖에 없던 포로수용소, 기호학파의 산실이 된 서원의 유래, 그리고 정조까지 개입한 파평 윤씨와 청송 심씨의 400

이 책은 영화와 영화관에 얽힌 주인공의 삶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의 양태를 형상화하는 작품이다. 말하자면 영화를 통해 주인공의 삶과 감정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책인 것이다. 이 책의 묘미는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던 영화감독들의 작품이 녹아 있다는 점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페드로 알모도바르, 에드워드 양, 허우샤오셴, 차이밍량, 리안, 알랭 레네,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의 영화 속 장면이나 포스터, 감독들의 얼굴이 책 속에 숨어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그림 속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 장면과 감독의

일본 교토의 중심에서 비켜난, 가와라마치 거리에는 ‘로쿠요사’라는 작은 찻집이 있다. 이 찻집은 일본에서 70여 년간 사랑받아온 ‘핫플레이스’다.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 여러 책에서 로쿠요샤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대부분 간략한 설명에 그친다. 이 책은 일본의 저널리스트 가바야마 사토루가 로쿠요샤를 이끌어온 오쿠노 일가와 그 주변 인물들을 밀착 취재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당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일러스트를 싣고, 로쿠요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사진도 수록해 일본과 로쿠요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누구도

어느 애주가의 알코올 의존증 극복과정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담아낸 에세이. 30세에 광고회사의 임원으로 승진해 승승장구하던 저자는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전업주부가 된다. 하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혼자 있는 시간에 족족 마시던 와인이 어느새 자신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돼버렸다. 문제를 자각하면서도 남에게 드러내기 싫었던 저자는 자기 블로그에 술 없이 버텨야 하는 육아의 고단함과 무료함, 정체 모를 불안감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는 알코올 의존증의 근본적 원인이 경력 단절로 인한 정체성의 상실이나

이 책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미래 사회의 모습과 그에 필요한 사회 거버넌스를 인간학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인간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문제를 다룬다. 특히 철학에서 인간학은 인간 자신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이해의 차원에서 인간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한다. 그러나 이 책이 다루는 인간학은 인간처럼 행동하는 인공지능(로봇)이 인간과 더불어 주체로 부상하는 포스트 휴면 시대에, 인간다운 삶의 본질과 가치의 문제를 다시금 성찰하는 더 넓은 지평 위의 인간학이다. 9인의 연구자들이 포스트휴먼 관점에서 인

문화 전문지 『쿨투라』의 2022년 신년호 주제는 대중문화 속 ‘호랑이’다. 범띠 연예인, 호랑이를 소재로 한 영화, 이날치밴드와 앰비규어스의 ‘범 내려온다’ 등 문화 콘텐츠 속에 있는 ‘호랑이’들을 둘러본다. 엄태웅 교수는 호랑이가 등장한 고전 설화들을 소개하고, 유성호 교수는 범띠 가수 조용필의 예술 정신의 완성 과정에 대해 다룬다. 또한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의 ‘범 내려온다’를 살펴보며, 우리의 것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나가는 방식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한편, 송석주, 김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회고록. 유엔 사무총장은 흔히 세계의 대통령이라고들 한다. 대화, 협의, 협력을 통해 전 지구적 문제와 첨예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역할이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유엔 사무총장에 재임했던 그는 세계 평화·안보·인권·환경 등 분야에 기여하면서 느꼈던 소회들을 이 책에 풀어낸다. 반 전 총장은 “이 책이 유엔의 전반적 활동을 관장하는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에 대해, 그리고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유엔이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에 대해, 우리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누구

‘탈식민주의 문학’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V.S. 나이폴의 자전적 소설이다. 트리니다드와 베네수엘라 등의 국가가 있는 서인도 제도를 공간적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은 인도계 후손이었던 작가가 트리니다드에서 서기로 일했던 유년 시절, 그리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진정한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 시절의 자전적 경험을 들려준다. 또한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던 인종과 문화, 정치적 갈등과 충돌들을 거대한 역사적 흐름 안에서 짚어내고 있다. 나이폴은 어느 편에 서지 않는 객관적인 눈으로, 공존하지만 ‘공명’할 수 없는 인

예술가들의 생가는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그들이 어떤 공간에서 작업했는지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호기심을 충족한다. 제목 그대로 예술가들이 어떤 집에서 살았는지를 담고 있어서다. 그러니까 예술가의 작품 세계가 아니라 그들이 실재했던 세계에 대해 서술한 책인 것이다. 책에는 조지아 오카프,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등 17인의 시각예술가와 그들이 살았던 공간들이 담겨 있다. 특히 예술가 사후 건물이 팔리거나 개조된 경우, 그 공간들은 작가들의 자료 조사와 상상력이 바탕이 되어 글과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이 책은 메타버스의 인류, 메타사피엔스가 살아가는 가상현실을 소개한다. 특히 생산성을 위한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이 아니라 문화적 대상으로서 메타버스 문화권에서 개발해 온 인공지능과 메타사피엔스가 바라보는 세계관에 대한 철학사적 고찰도 담겨 있다. 현실이 된 가상을 살아가는 ‘메타버스의 신인류’의 삶에 관한 책인 셈이다. 장정우 카이스트 교수는 이 책에 대해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인간 시각의 한계를 뛰어넘고, 아바타를 통해 촉감을 경험하며, 24시간으로 분절되지 않는 가상의 시간을 경험한다”며 “이 책은 신인류가 모이는 공동체로서의 메

김현의 언어들은 따뜻하고 담백하면서도 서늘하고 차갑다. “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품자”라는 어느 혁명가의 말처럼, 꿈을 간절히 염원하면서도 현실의 생활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와 문체가 독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이번 산문집은 창비의 독서 체험 플랫폼 ‘스위치’ 연재 당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연인과의 사랑, 가족 간의 소통, 직장인의 애환을 비롯해 소수자들의 삶까지. 작가의 따뜻한 눈동자로 관찰하여 얻어낸 문장들은 익명의 남루한 생을 보듬는다. “특별히 고마운 것 없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거실에서는 인공지능 청소기가 바닥을 청소하고 있고, 인공지능 스피커는 친절한 말투로 오늘의 날씨를 알려준다. 오늘날 인류는 인공지능 덕분에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어느 날에는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이 지배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래가 걱정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인공지능이 활약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살핀다. 인공지능의 정의에서부터 기계는 어떤 원리로 학습을 하는지, 빅데이터가 인공지능에 필수적인 이유, 생활 속 인공지능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등을 다룬다. 그 외에도 인공지능의

이 책은 수학과 이를 바탕으로 꽃핀 과학이 어떻게 인류 문명을 이끌어 왔는지 살펴본다. 수학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과학뿐만 아니라 종교, 문화, 사회로 뻗어나간다. 기독교와 라틴어가 과학 발전에 끼친 영향, 중국의 과학이 뒤처진 이유, 유럽이 브랜디를 음료수처럼 마시게 된 배경까지 수학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저자는 “수학의 역사는 과학의 역사이자 인류 문화의 역사”라며 “수학은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지성의 정수로서 인류 문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수학을 바탕에 둔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어떻게 해야 올바른 세계관을 가질 수 있을까?” “자아란 무엇일까?”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등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세계관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저자는 성인이 되어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은 물론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인 세계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아, 직업, 종교, 문화, 평등, 자유, 생명, 죽음까지 저자는 추상적이고 난해한 세계관의 개념을 일상적인 언어와 상황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

이 책은 비폭력의 담론을 정치하게 사유하는 책이다. 버틀러는 성소수자, 테러나 전쟁으로 인한 난민, 시민권을 박탈당한 불법체류자, 성차별 및 인종차별 희생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해진 폭력에 관한 통찰을 통해 비폭력에 내재한 가치와 담론을 개진한다. 차별과 혐오, 폭력이 판치는 세상에서 비폭력은 저항의 실천이자 서로의 평등한 애도 가치를 보살피기 위한 생명 긍정의 힘이라는 게 버틀러의 설명이다. 그는 “(비폭력은) 폭력을 가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바로 그 순간… 가능한 선택지로서 주어진 저항적 실천”이자 “평등과 자유의 이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