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이라는 보검을 둘러싸고 작품 속 주인공들이 사투를 벌인다. 대장장이의 딸 ‘홍’, 궁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춘석’, 그리고 검을 탈취하려는 관가와 망나니들이 서로를 추격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천주교가 전파되기 시작할 무렵 전라도 남원이 이 작품의 주요 무대다. 신분제도에 저항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곳곳에 드러나며, 이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고민을 이어가도록 한다. 옛 단어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뜻을 친절하게 풀어내기도 한 이 책은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재미와 유익함을 선사할 것이다.■대장간 소녀와

한국이 자랑하는 작가 44인의 아름다운 문장을 담았다. 기형도를 비롯해 김유정, 도종환, 심훈, 이어령, 정지용 등의 문장가들이 쓴 문장이 6가지 주제로 분류돼 있다. 책은 말미에 명문장가들의 가족 문단사도 소개한다. “한국 문학사의 저력은 ‘가족’이라는 든든한 ‘언덕’ 덕분이 아닐까”라는 작가의 질문은 작가와 가족 사이에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팟캐스트 ‘북적북적톡설’을 운영 중인 출판기획자이자 32년간 중·고등학교에서 국어와 문학을 가르친 윤작가의 앤솔러지다.■ 느낌 그게 뭔데, 문장윤작가 외 지음 | 우시모북스 펴냄 | 288

반려동물을 향한 새로운 시선과 사랑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작품 속 ‘나’는 자신이 키우는 검은 새를 ‘내 것’이 아닌 ‘그 새의 것’이라고 강조한다. 있는 그대로의 있음을 존중하려는 시선이 그림과 글 곳곳에 묻어난다. 우리는 흔히 사랑하는 동물을 ‘내 것’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동물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애착은 자식과 연인, 부하직원 등 인간에 대해서도 나타난다. 진정한 사랑은 그 대상을 가지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단지 그가 원하는 대로 있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 동화책은 전하고자 한다.■ 내 새는...크리

기록디자이너 윤슬 작가의 '이름을 얻지 못한 감정의 기원'을 다룬 소설이다. 작가가 이번 소설을 낸 이유는 우리가 유쾌함을 유지하기 위해 ‘괜찮아’를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는데, 왜 ‘괜찮지 않아’라고 말하지 못했는지 원인을 찾고자 함이라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감정을 경험하는데, 그 감정들을 ‘기쁨’ ‘슬픔’ ‘노여움’ 등으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이름을 얻지 못한 감정도 많다. 특히 슬픔의 경우에서는 더 그렇다. 작가는 감정들이 평범한 감정의 이름으로 존재하도록 하지 않고, 그만의 고유한 이름을 찾을 수 있

식탁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중국인의 식탁 위에 놓인 중화요리에는 그만큼의 전통이 녹아들어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장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화요리 ‘마라탕’ ‘마파두부’ ‘딤섬’ 등이 실은 오래된 전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지금 떠올리는 중화요리는 이민족의 침략과 서역과의 교류 과정에서 만들어진 근대적 산물이라고 말이다. 이 책은 춘추전국시대부터 명청시대까지의 먹거리 그리고 그에 관련된 일화들을 돌아본다. 공자가 먹었던 음식과 중화 요리에 기름기가 많은 이유 그리고 사천 요리의

‘개’만큼 인간과의 인연에 애정을 쏟는 동물이 또 있을까. 집에 들어와 자신을 반기는 개의 꼬리를 보면 이내 지친 마음도 잠깐이나마 사라지게 된다. 하세 세이슈의 이번 신작은 동일본대지진으로 반려인 소년 ‘히카루’와 헤어진 ‘다몬’이 일본 전역을 떠돌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업자, 절도범, 중년 여성, 노인 등 저마다 인간 관계에 상처입은 자들에게 ‘다몬’이 다가가 위로를 건넨다. 사람들이 다몬을 만나면서 생기는 변화, 그리고 다몬과의 인연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의 서사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소년

여행을 즐겨하는 이들은 각박했던 일상을 벗어나 타지에서 느긋하게 살다오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한 달 살이’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깊게 체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인기있는 여행방식이다. 허나 우리나라에서 한 달을 살아본다고 해서 결코 편한 것만은 아니다. 그 지역에서 적응하는 데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가족들 품에서 벗어나 본 적 없는 서른살 청년의 제주도 ‘한 달 살이’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자칭 ‘겁 많고 소심한’ 저자가 담아내는 제주의 풍경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제주

올해로 86년째 광주 한복판에서 자리를 지켜온 ‘광주극장’에 관한 그림책이다. 그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만큼 광주극장을 둘러싼 일화도 많다.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광주극장은 ‘1968년 극장 전소 사건’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사건’ 등을 거치며 광주 시민들의 문화 중심지로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복합 상영관이 늘어나고 영화관이 아닌 곳에서도 영화를 소비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광주극장은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하게 됐다. 오래된 극장이라는 특수성을 살려 남다른 정체성을 보여주는 광주극장의 풍경을 영화 고양이 ‘씨네’와 함께

드넓은 초원에 외로운 사자 한 마리가 있다. 아기가 아장아장 기어와 사자에게로 다가온다. 으르렁 거리며 울어도 아기는 도망가지 않는다. 마치 위험한 한 쌍인 듯 보이는 이 둘은 곧 친구가 된다. 사자가 기지개를 펴면 아기는 똑같이 기지개를 편다. ‘쿵쿵’ 사자가 초원을 거닐면 ‘콩콩콩콩’ 아기가 따라간다. 사슴과 사막여우들이 사자와 아기의 주변에 맴돌며 함께 어울린다. 아기의 천진난만함과 사자의 마음 변화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한 편의 그림책.■ 사자가 아기를 만났어김새별 글‧그림 | 사계절 펴냄 | 40쪽 | 12,000원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집 안에 갇혀지내는 요즘이다. 익숙한 환경 속에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예술 작품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멀리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책은 비대면 상황 속에서도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스스로 미술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직 미술 교사인 저자는 ‘미술 루틴 만들기’라는 방식으로 독자들이 미술 작품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갑갑한 일상 속에서 PC와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미술을 즐길 수만 있다면, 지금의 우리 삶

바야흐로 셀프 마케팅 시대다. 기업만이 자기를 홍보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개인들도 자기만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구축해야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하는 인생 경영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셀프 마케팅’이라는 비법으로 기업, 직장인, 취준생, 학생들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마케팅하는 셀프 마케팅이 정량적인 스펙 쌓기가 아니라, 자기만의 이미지와 스토리 그리고 평판 관리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나를 마케팅하라

SF판타지의 거장 어슐러 르 귄의 독서 에세이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저자가 쓴 강연용 글, 에세이, 서평, 서문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독서를 텍스트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행위로 인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에게 독서는 행위이다. 저자와 능동적인 소통으로 그의 정신을 읽어내는 행동이다. “상상력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에요” “내가 여자라면, 왜 난 남자들이 중심이고 우선이며 여자들은 주변에 부차적으로 나오는 책을 쓰고 있는 거지?” 등의 문장에서 르 귄의 통찰력과 분노의 감정이 깊게 묻어난다.『찾을 수 있다면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의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강제집콕과 가사노동 그리고 풀타임 육아를 해야하는 기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다시 일으켜 줄 책이 나왔다. 20대를 거의 출산과 육아로 보낸 세 아이의 전업맘의 책이다. 이 책은 우울한 터널을 걷는 어느 엄마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주고, 진정 원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안내해준다. 그 과정에서 ‘나’로도 ‘엄마’로도 빛날 수 있음을 발견하는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주부의 인생을 경영하라』유진영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사실 기후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동안 우리들의 행동과 실천은 늘 부족했다. 이 책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지구를 위해 쓰레기를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탄생 시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몰라서 망설이고 있었던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방법을 다정하게 알려주는 그림책이다.『지구는 네가 필요해!』필립 번팅 글·그림 | 황유진 옮김 | 북극곰 펴냄 | 40쪽 | 15,000원

요즘 초등학생들의 숙제의 양이 만만치 않다. 일기, 독서록, 편지, 보고서 등 온통 글쓰기 숙제로 넘쳐난다. 처음에야 숙제하라는 부모의 말을 듣겠지만, 온갖 놀거리가 가득한 세상에서 아이들은 곧 지루해하기 마련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애가 탄다. 글쓰기의 비중이 점점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의 시험 문제가 논술형으로 바뀌고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데,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을 높이면서도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는 아이가 걸음마를 하듯 하루 한 줄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빨간펜으로 맞춤법을

‘미피’ 시리즈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故 딕 브루너(1927~2017)의 삶과 그림을 담아낸 책이다. 어렸을 적 딕 브루너는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다 모래 언덕을 뛰어다니는 작은 토끼를 그렸다. 그렇게 시작된 미피 시리즈는 전 세계 50개 이상 언어로 번역 출판됐고 8500만 부가 팔렸다. 이 책에서는 딕 브루너의 ‘단순한 선’과 원색 중심의 일러스트레이트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피카소와 마티스, 레제, 몬드리안 등 거장들의 작품 세계와 딕의 생각이 맞닿았는지 소상히 알려주고 있다.■ 딕 브루너브루스 잉먼, 라모

전쟁은 사소한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무기를 들고 ‘적’을 무찌르는 행위만이 전쟁이 아니다. 엄마와 아빠의 부부싸움, 친구들끼리의 주먹다툼 그리고 정치인들의 말다툼 등 전쟁의 여러 모습을 우리는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다. 이 동화책은 제3자의 입장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과정과 자연스럽게 화해하는 과정까지를 간결한 색채와 그림체로 그려낸다.빨간색과 파란색의 갑옷을 입은 군인들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다 갑옷이 벗겨지고 누가 누구의 편인지 알수 없게 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서로 미워하고 편을 갈라 싸우는 것이 실은 얼마나 무의미하고

책 『화폐 전쟁』과 『화폐의 몰락』으로 알려진 통화제도 분석가 제임스 리카즈의 새로운 경제 전망서다. 저자는 2020년 이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을 뛰어넘는 ‘신 대공황’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화폐 유통 속도 조절 미흡으로 인해 벌어지는 경제 위기에 앞으로의 경제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그러한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이를 현실적으로 헤쳐나갈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그는 팬데믹에 비교적 수월하게 대처했던 한국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한국 역시 다른 선진 경제들과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도재경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각 단편은 인물들이 사실을 추적한 끝에 뜻밖의 진실을 마주하면서 나오는 반응과 이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표제작 ‘별 게 아니라고 말해줘요’에서는 현대인의 불안들을 신체를 덮치는 알 수 없는 증상들을 통해 징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임현 소설가가 발문을 쓰고 정용준 소설가와 방민호 평론가가 추천사를 썼다. 이번 작품집에 수록된 7편의 소설들로 2020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별 게 아니라고 말해줘요도재경 지음 | 아시아

치매가 ‘절대 걸리지 않고 싶은 병’에 꼽힌다고 한다.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고 생각해서다. 뇌세포와 신경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면 시기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질병이므로 내 몸을 돌볼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 책에는 치매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과 자가 진단법이 담겨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외에 다양한 치매의 종류와 증상 또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지만 치매에 대해 제대로 알고 관리하면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치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