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신작 장편소설을 들고 4년만에 돌아왔다. 이번 소설은 AI 제조기술과 유전공학이 지금보다 발전된 가까운 미래, ‘AF(Artificial Friend)’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와 몸이 불편한 소녀 조시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이 아닌 존재 ‘클라라’가 오히려 더 인간다움을 보여주면서 무엇이 인간 개개인을 고유하게 만드는지 생각하게 한다. 책은 출간 즉시 언론의 격찬과 독자들의 열광 속에 영국 베스트셀러 1위, 미국 베스트셀러 3위, 호주 1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수상 연설집이다. 이시구로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독특한 성장 배경, 문학적 영감, 글을 쓰기로 결심한 후 그의 경력에 찾아온 전환점 그리고 얼핏 사소하고 추레해 보이는 순간들을 되돌아본다. 그는 마치 그가 쓴 소설처럼 관대하고 따뜻한 품성을 가지고 오늘날 새로운 세대의 작가들이 그리는 세계를 바라본다.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작가가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하여 밝힌 창작의 내밀한 과정, 그리고 작가로서의 깊은 고민을 담고 있는 책이다.■ 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

“여자는 여자답게, 남자는 남자답게?” 여름 방학을 맞아 캠프장에 모인 여자 아이들 셋과 남자 아이들 셋이 다툼을 벌인다. 이들의 다툼을 벌이는 이유는 여자와 남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때문이다. 책은 이들이 처음 만나 다투고 사과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여성과 남성 또는 제3의 성에 대해 얼마나 큰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보게 한다. 어린이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자라나도록 사회를 바라보고 또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파랑 여자 분홍 남자김경옥 글 | 홍찬주 그림 | 내일을여는책 펴냄 | 144쪽 | 1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여행 대신 책을 품게 되니 삶에 막연함이 찾아올 때면 더듬거리며 책 속에서 길을 찾는 방법 외엔 모르는 사람이 됐다. 주방은 서재가 되고 식탁은 책상이 되었다. 식구들이 밥을 먹으려고 식탁으로 몰려들 때는 재빨리 책을 구석진 곳에 밀어 놓아야 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책을 끌어당겼다. 어느 순간 박완서의 산문집을 읽으며 꽈리고추의 꼭지를 따는 기술이 생겼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이해하며 음식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날의 저녁 메뉴는 배달 피자나 치킨이다.요즘 나는 고양이와

글 쓰기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루 15분 동안 문장력 트레이닝을 권유하는 책이다. 비대면 업무와 재택 근무가 일상이 된 시대다. 그 어느 때보다 ‘나의 글’이 중요하다. 한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고, 읽기 쉬운 글로 다른 사람들과 깔끔하게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 저자는 오랫동안 단어와 문장을 매만지는 일을 했던 방송작가의 경험과 현재 글쓰기 코치 활동을 토대로 쉽게 ‘쓰기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글 쓰기를 운동에 비유하며 매일 빼먹지 않고 헬스 PT를 하듯 노력한다면 누구나 글 쓰기 실력이 향상될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을까?”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누리고 있다. 으레 남들이 좋아하니 그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빅데이터와 AI의 발전은 한 개인의 취향을 점점 소외시키고 있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말고 나 자신을 돌아보라지만 정작 ‘어떻게’라는 질문은 놓치고 있는 모습이다.책 『나는 나와 놀아주기로 했다』는 자기 자신과 놀아주는 방법 21가지를 담고 있다. 심리학적 이론으로 접근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돌보기 위한 간단하고 재미있는 테라피를 알려준다

초등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324개의 문답으로 구성한 책이다. 현직 초등교사이자 유튜브 채널 ‘이서윤의 초등생활처방전’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질문에 대한 전문적이고 현실적이면서 양육자들에게 사려깊은 고민 처방전을 내놓는다. 친구 관계, 교과별 학습법, 비대면 수업, 학교생활, 진로 교육과 심리 고민 등 초등생활에 관한 고민 등을 책에 담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궁금했지만 막상 물어보지 못한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은 초등 부모들의 답답함을 해소해줄 수 있다.■ 이서윤의 초등생활 처방전 365이서윤 지음 | 아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현시대에 페미니즘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성평등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성(性)의 인권신장은 필연적으로 다른 성, 더 나아가 기존 사회 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모든 사람은 직간접적으로 페미니즘의 영향권 안에 놓인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페미니즘 기조를 숙지하지 못한다면, ‘의도’와 별개로 타인에게 상처의 말을 건네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는 만큼 페미니즘 지식을 미리 쌓아둘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출간된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프로젝

산후 정신증을 겪은 저자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겪은 일과 현실을 되찾기 위해 과거를 되짚는 내용을 솔직하게 담은 회고록이다. 저자는 출산 후 3개월이 지났을 무렵 망상과 환각을 동반한 산후 정신증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사랑과 희생의 의미를 질문하기도, 여성의 출산 경험이 신체뿐 아니라 정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환기하기도 하며 모두가 알아야 하는 여성의 가장 어두운 경험을 환기시킨다. 저자는 이 회고록으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르며 2021년 잘락 상 후보에 오르고, 등 유수의 매체에서 ‘올

실제 존재하는 장소와 대상을 합성해 실재보다 생생한 이미지를 보여주며, 이를 색다른 느낌으로 전하는 포토 에세이다. 어느 한 동네 골목에서 마주친 사슴, 고압전선에 매달려 있는 나무늘보, 제주 바닷가에서 파도를 맞고 있는 하이에나 등 실재보다 생생한 가상 이미지를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작가가 전하는 이미지와 그것에 덧붙인 짧은 문장들은 바쁜 일상에 치여 사는 독자들에게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작가는 이 책을 출간한 계기에 대해 “인간이 만들어놓은 여러 경계 안에 머물고 있는 다양한 동물의 모습에 현대인의 자화상을 녹여 내고 싶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자. 규칙을 지키는 이성적인 사람들이 있는 곳에 머무르자.’내가 내린 결론은 그거였다. 물론 좋은 대학에 간다고 해서 다 착한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제일 마주치기 싫은 ‘양아치’, ‘건달’, ‘일진’들과 부대끼고 지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능력으로는 쫓아올 수 없는 곳이니까. 그래서 난 이 악물고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검시는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파헤치는 과정이다. 하지만 수많은 영안실을 드나들며 내가 깨달은 건, 정작 어떻게 죽었

방송인 김제동이 한국 사회의 각 분야 전문가 7인과 이야기를 나눴던 내용을 정리한 대담집이다. 평범한 일상을 휩쓸어버린 위기 앞에서 여전히 갈 길을 몰라 답답하고 불안한 수많은 이들을 대신해 김제동이 질문했다. 김상욱, 유현준, 심채경, 이원재, 정재승, 이정모, 김창남 등 7명의 전문가들에게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독자들이 쉽게 꺼내지 못했던 질문들을 던진다. 코로나 이후 달라질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전문가들이 공유해준 지식과 정보를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유쾌하게 전달하고 있다.■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김제동과 7인 지음 |

이탈리아 현대 문학의 기대주로 떠오른 작가 사샤 나스피니의 새 장편소설이다. 토스카나 지방 어딘가에 위치한 상상 속 마을 ‘레 카세’와 그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수십수백년을 함께 지내며 애정과 증오, 망상과 탐욕을 키워 온 인간들로 인해 빚어진 혼돈과 균열을 미스터리, 누아르, 고딕 소설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병든 아내를 두고 젊고 아름다운 점원을 흠모하는 상점 주인이나 음산한 비밀을 감춘 사디스트 의사 등 여러 인물이 등장해 자신의 처지와 사연을 들려주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소설은 출간 2개월 만에

가끔 담벼락에 그려진 어떤 얼룩은 앞발을 내민 고양이처럼 생겼다. 문득 하늘을 올려보다 비행기를 닮은 구름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이처럼 길을 걷다 일상 속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페이고 금이 간 보도블록이 만들어낸 늠름한 사슴, 여우에게 꽃을 건네는 생쥐, 향기를 따라가는 고양이 등 익숙한 거리에서 우연이 만들어낸 온갖 여러 모양이 아이의 눈에 비춰진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익숙한 길 위에 세상의 여러 단면들이 있었음을 작가는 아이의 입을 통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거리를 걷다 벽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곰곰이 살펴보면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있고, 더 깊숙한 곳에는 어떤 계기가 자리하기 마련이다. 디저트로 입맛을 돋우려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맛본 마카롱과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마카롱 애호가가 되고, 주변의 권유로 접한 전동 킥보드의 경험이 킥보드 마니아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책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추천받은 책에서 느낀 독서의 단맛을 계기로 열혈 독서가로 거듭난다. 책의 집결지라 할 수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의 4월 추천 도서를 소개한다. ■ 노라와 모라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펴냄｜208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제주를 기록하는 시인 김수열의 세 번째 산문집이다. 시인은 이번 산문집에서 개인보다는 제주의 내면에 주목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개인 김수열과 제주는 분리되지 않는다. 시인은 제주에서 자리를 잡은 일화를 전한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고등학교만 마치면 섬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자신이 값싸게 대학을 다닌다면 그 등록금을 섬 사람들이 내는 게 아닐까 하는 부채감이 발목을 잡았다. 시인이 섬을 벗어나는 대신 제주 곳곳을 돌아다녔던 이유는 이런 생각들 때문이었다.4.3 사건을 마주하는 데

울적할 때마다 창밖의 남산 타워를 바라보는 ‘찬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된 ‘유나’, 바쁜 엄마 대신 할아버지의 돌봄을 받는 승모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집이다. 세 주인공은 각자 비밀을 갖고 있다. 마법같은 일들이 생겨나면서 주인공들은 그 비밀의 무게를 견뎌내려는 노력을 보인다. 이를테면 남산타워에게 찬이가 말을 걸자 남산타워가 반가운 얼굴로 방에 들어온다. 마냥 서있기보다는 찬이의 방에 지내길고픈 남산타워를 숨겨주지만 내심 걱정을 안고 있는 찬이가 그 고민을 감당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극적인 반전이나 선명한 교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한승원의 자서전이다. 올해로 등단 55주년을 맞이한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의 발자취를 돌아보았다. 작가의 태몽으로부터 시작해 엄혹한 식민지 시절의 유년기, 이념 대립을 몸소 체험한 경험, 부업인 교사 일을 그만두고 상경해 전업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한 편의 소설처럼 묘사했다. 실제 한승원 작가의 딸인 한강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반짝이는 석영 같은 이 페이지들 사이를 서성이고 미끄러지며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며 “얼마나 척박한 흙을 밀고 그가 기어이 꽃피었는지. 그걸 가능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안개가 모든 것을 가려줄 것이다. 이런 안개라면 발가벗어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그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해야만 했다. 파산 통보를 받은 날까지 시간에 맞춰 서둘러 출근을 해야 하느냐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돈을 벌어봤자 그들에게 다 빼앗길 테지만 일상을 지키는 것은 중요했다.높이 솟은 건물 그림자가 그들의 어깨 위로 찬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사내는 그림자를 따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무리 고개를 뒤로 젖혀도 고층건물에 가려진 밤하늘이 잘 보이지 않았다. 둥글고 기다란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외톨이로 지내고 있는 ‘선우’가 가상 현실 게임에서 만난 친구 원지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장편동화. 친구들의 괴롭힘과 성적의 압박에 시달리는 선우에게 기댈 곳은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아’이다. 어느날 자신을 구출해준 원지와 친구가 되고 그에게 설렘의 감정과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두 사람은 게임을 함께하는 동안 가까워지며 서로의 힘이 되는 가운데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잡으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레벨 업윤영주 지음 | 창비 펴냄 | 200쪽 | 10,800원